미국 법원이 삼성전자가 고의로 애플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평결한 지난해 8월 배심원의 결정을 뒤집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기각에 이어 또 한차례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 최악의 국면은 모면하게 됐다.
특허전문 불로그인 포츠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과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 법원 루시 고 판사는 삼성의 특허 침해에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날 판결의 최대 쟁점은 특허침해에 대한 삼성전자의 고의성 여부에 모아졌다. 만약 특허침해에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삼성은 배심원이 평결한 배상액 10억5000만 달러보다 최대 3배의 징벌적 배상판결이 가능한 중대한 사안이다.
지난해 8월 배심원들은 삼성이 애플의 스마트폰·태블릿PC 특허 침해가 고의적이라고 평결한 바 있다.
루시 고 판사는 이와 함께 비침해 판결이 나왔던 아이패드의 트레이드드레스 특허침해를 인정해 달라는 애플의 요구에 대해서도 기각했다.
루시 고 판사가 삼성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최소한 징벌적 배상을 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특허침해가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고의성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여 어떠한 형태로든 배상을 해야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루시 고 판사는 "삼성의 고의적 침해가 인정되려면 어떤 행동이 유효한 특허권 침해에 해당될 가능성과 그 결과를 예단할 수 있는 주관적이고도 객관적인 고의성을 애플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이날 러버 밴딩(특허번호 381)을 포함 탭투 줌(163), 핀치 투 줌(915), 그리고 디자인 특허권 두 건 등 총 5건의 특허권에 대해 모두 객관적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루시 고 판사는 "균일한 시간제한과 증거 제출이라는 공정한 규칙에 따라 재판이 진행됐다"면서 "배심원 평결 역시 증거에 반하는 부분은 없었다"고 판시, 재판 자체가 불공정했다는 삼성의 주장도 기각했다.
또한 애플의 디자인 특허권 2건(D087, D677)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특허(D305)가 유효하다고 확인하며 삼성의 특허침해 사실을 인정한 배심원 평결은 정당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삼성의 무선 패킷 전송과 관련된 941 표준특허 중 10번과 15번에 대해 무효판결을 내린 것으로 이미 지난 8월 배심원들도 삼성의 포준특허에 대해 부인하는 평결을 내린 바 있어 소송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판결을 통해 삼성전자의 특허침해는 기정사실화됐으나 고의성은 부인되어 배상금이 늘어날 가능성은 사라졌다. 삼성 입장에선 지난 해 12월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데 이어 이날 고의침해까지 부인됨으로써 큰 부담은 덜게 되었다.
법무법인 로플렉스의 여인봉 국제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인해 삼성전자가 징벌적 배상이라는 최악의 부담에서는 벗어났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유리하지도 않다”면서 “삼성전자의 특허침해라는 판사의 시각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