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지명 '코 앞'…도덕성·능력 '2마리 토끼' 잡을까?

朴 당선인 "인사청문회 '신상털기' 우려"…내부검증 강화될 듯

김용준 전 국무총리 지명자(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이하 김 위원장)의 자진사퇴로 차기 정부 내각구성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후임 총리 지명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새 정부 원활한 출범을 위한 총리 지명 데드라인이 불과 3~4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박 당선인은 개별인사의 능력은 물론 한층 높아진 도덕성 검증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30일 강원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과 삼청동 안가(安家)에서 가진 오찬자리에서 "인사 청문제도가 죄인 신문하듯 몰아붙이기 식으로 가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인재를 뽑아서 써야 하는데, 인사 청문이 신상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느냐"라는 등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 "검증된 인사 중심으로"…靑 자료 활용할 듯 = 박 당선인의 이번 발언이 정확히 김 위원장의 사례를 지목해서 한 발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의 부동산 매입매매 시기 등 재산변동 현황은 일반 국민들도 열람할 수 있는 관보 등에 게재된 고위공직자 재산현황 등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당선인 측 인사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당선인이 '신상털기'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쓰면서 향후 인선에 대한 부담감을 피력한 것은 이런 대외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향후 총리 지명자는 박 당선인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검증기준을 토대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이번 김 총리 지명자의 낙마(落馬)사태를 교훈삼아, 우선적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친 인사를 중심으로 살피되 청와대 인사라인이 보유 중인 인사 검증자료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증자료에는 기본 가족관계, 병역이행 여부, 전과 및 징계, 납세, 재산변동 등 구체적인 개별정보가 포함돼 있고 특히 총리·장관급 고위직 후보군 700~800여명에 대해선 보다 상세한 검증자료가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 전체를 넘겨받는 형태보다는 당선인 측이 후보군으로 선별해 검증이 필요한 인사를 중심으로 자료를 요청하게 되면 청와대 측이 협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미 내부적으로 선별된 장관 후보자들에게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인수위 측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한 상황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당선인 측이 인사검증을 위해 청와대 자료를 활용할지 여부는) 대변인이 말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 줄줄이 '손사래'…차기 총리 지명자 누가되나? = 박 당선인의 고민을 반영하듯, 총리 후보군으로 지목된 일부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지명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언론을 통해 총리 후보자로 줄곧 지목됐던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15일자로 사퇴의사 표명)은 지난 30일 선관위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총리직 거부의사를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중앙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서 모든 공직선거를 관리하는 자리이자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지도 감시하는 자리"라며, "그런 자리에 있던 사람이 대통령 지휘를 받아 행정부를 관할하는 총리 자리에 앉을 수 있겠느냐"고 배경을 설명했다.

퇴임 후에도 억대 연봉이 보장된 로펌행을 택하지 않는 등 청빈 이미지가 강한 조무제 전 대법관도 총리직 지명을 사실상 고사(固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법조인 출신 중에는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여성 첫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도 총리 후보군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최근 한층 강화된 검증 부담감을 이겨내고 선뜻 총리직 제안을 수락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듯, 일각에선 김황식 현 국무총리의 유임 가능성까지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비 법조계 인사 중에서는 본인은 고사의사를 밝혔지만 강원지사를 3번이나 역임한 바 있는 김진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과 함께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이완구 전 충남지사, 정갑영 연세대 총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물망에 오르는 인사 가운데 뚜렷하게 수용입장을 밝히는 인사가 적고, 대체로 고사의 뜻을 표하는 경우가 많아 당선인 측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선기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박 당선인을 측면 지원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대선승리 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난 그는 당초 이달 25일 대통령 취임식 직전 귀국하려던 계획을 바꿔 지난 30일 급거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신상털기 아냐…'철저한 검증'이 살길 = 박 당선인이 인선과정의 고민을 밝혔지만, 고위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 눈높이는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병역, 납세 의무 등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지위나 경제력을 이용해 이런 기본적인 의무를 해태한 것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반감을 넘어 분노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선진국과 비교해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고위공직자 검증항목은 재산형성 문제를 포함 200여개 항목이 있는데, 이는 미국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기반으로 마련된 것이다.

실제로 현재 인사 검증시스템에도 이번에 김 전 지명자의 언론검증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본인 및 가족의 병역이행여부는 물론, 자녀 주택·부동산 등 증여문제 등이 검증항목에 수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도 우리나라의 현행 공직자 검증시스템이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3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인사청문회 대상자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못하고 '청문회가 잘못된 거다' 얘기한다는 건 잘못"이라며 "청문회 제도가 잘 구축된 미국의 경우 (김용준 총리 후보자) 이 정도가 되면 청문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경우 자진 사퇴하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미국 청문회가 정책청문회가 되는 이유는 인선 과정에서 도덕성 검증을 사전에 굉장히 철저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사전 검증'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