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 과징금 5억원 부과, 검찰고발 등 중징계
경쟁당국이 의약품 1원 낙찰 거래관행에 반대하는 의미로, 도매상에게 의약품 공급선을 끊은 한국제약협회에 이례적으로 검찰고발 등 중징계를 내렸다.
현행 약가제도의 일부 모순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경쟁자체를 거부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한국제약협회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실시한 입찰에서 저가로 낙찰받은 의약품도매상에게 의약품 공급을 못하도록 하고, 소속 제약사들에게 도매상 저가입찰을 못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5억원 부과 및 검찰고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복지공단 소속 5개 병원은 작년 총 4회에 걸쳐 1311종의 의약품 입찰을 실시한 결과, 35개 도매상이 84개 의약품을 단 1원에 낙찰받았다.
그러자 제약협회는 임시총회를 열어 1원 등 저가낙찰자에게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고, 저가 입찰을 못하도록 위반사업자 제명 등 강도높은 제재를 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제약협회는 현행 약가제도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자, 이 같은 거래선 차단행위 등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것을 법률가 조언을 구해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제약사들이 의약품 공급을 거부해 도매상 납품계약이 파기되고, 약품조달차질로 병원들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원 저가낙찰 도매상 35곳 가운데 16곳은 기존 거래계약이 모두 파기됐고, 이외 도매상들도 일부 품목 계약 파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이성구 서울사무소장은 "제약협회의 행위는 의약품 유통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궁극적으로 약가인하를 방해해서 환자 및 건강보험재정의 부담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약가제도가 완벽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제약협회가 소속 제약사의 본질적인 사업내용은 물론 입찰참여여부 및 가격결정을 제한하는 것은 도매상, 병원, 환자에게 부련과 부담만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약협회는 이번 공정위의 처분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솔직히 1원이면 원재료 가격도 안나온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공정위 제재 강도가 다소 과한 측면이 있어서 추가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제약협회의 주장을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공정위는 1원 낙찰 관행이 사실상 덤핑(부당염매행위)과 같다는 제약협회의 반박논리에 대해 "1원 낙찰된 의약품을 일정 기간 공급하는 것만으로 다른 도매상, 제약사를 시장에게 배제시킬 수 없다"며 일축했다.
또한 공정위는 1원 낙찰이 병원들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것이 아니고, 도매상들이 1원에 낙찰된 의약품을 공급한 뒤 병원에 별도의 부당이익을 제공한 것도 아니므로 리베이트와도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