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민원접수 주요사례 공개
연대보증, 신용회복제도 등 문제점 개선요구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제안센터에 접수한 민원 건수는 총 2만4000여건으로, 일일 1000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3일 인수위에 따르면 이 가운데 국세와 건강보험료를 채무에서 우선 탕감하는 제도에 대한 개선대책과 함께 연대보증, 신용회복제도의 문제점 등이 상당수 접수됐다.
최근 피싱사기범에게 당한 A씨의 사례를 살펴보면, 건강보험료 및 국세 우선징수에 따른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지난 2011년 네이트온 메신저를 통해 아들로부터 급전 300만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송금했다가, 뒤늦게 ID를 도용한 메신저 피싱사기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는 이 문제를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2년에 걸친 부당이익금 반환소송 끝에 최종 승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돈을 찾으려고 관련 계좌를 확인해보니 사기범이 입금한 금액은 곧바로 증발됐다. 국민건강보험이 사기범의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을 이유로 압류계좌에서 보상금을 즉시 징수했기 때문이다.
허탈한 A씨는 "2년 동안 사기당한 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아무리 국세나 공과금이 우선이라도 선량한 국민의 돈으로 사기범 건강보험을 납부해 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그러면서 "국세나 공과금을 최우선적으로 거둬가는 현행 규정은 법원 파산결정으로 면책을 받은 신용회복자의 통장도 압류해서 자활을 지원하는 통합파산법과도 충돌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며 인수위에 개선대책을 요구했다.
금융권의 불분명한 신용등급 관리에 대해서도 개선대책 요구가 쏟아졌다.
중소 자동차부품업체를 운영 중인 B씨는 IMF 여파로 신용불량자가 됐지만,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를 통해 특허를 취득하는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하지만 현행 신용회복제도의 모순점과 민간 금융권의 까다로운 신용관리로 인해 자금확보를 위한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B씨는 "현재 신용회복제도는 법적 채무소멸 효과 이외에 신용회복자의 자활과 실질적 회생에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면밀한 조사를 거쳐 자활조건을 갖춘 신용회복자는 정부차원의 금융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청원했다.
현행 연대보증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례도 있었다.
한 회사에 등기이사로 연대보증을 선 C씨는 회사가 불황으로 부도가 난 뒤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후 사주는 파산신청을 통해 면책을 받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하고 있는 반면, 연대보증자는 10년 동안 아무런 경제활동도 못하는 처지다.
C씨의 아내는 인수위 측에 "실제 문제를 일으킨 책임자는 모든 의무를 면제받은 상황에서 부당하게 연대를 선 사람들은 거의 평생을 신용불량자라는 족쇄를 차고 살아야 하는 불합리함을 꼭 바로잡아 주시기 바란다"고 인수위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은퇴 후 제빵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 중이라는 D씨는 본사의 횡포에 대해 인수위 측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15년동안 잘 운영했는데 본사가 일방적으로 계약만료를 통보했다"며 "그동안 지역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려 본사에도 수익을 올려줬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햇다.
D씨는 "비슷한 사례를 알아보니 계약 후 10년이 지나고 매출이 높은 가맹점을 골라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운 점주가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며 "정부가 작년 대형제빵업계 불공정 가맹계약 관행 근절을 위해 점포 간 500m 거리제한규정과 리뉴얼 강요 제한 등 모범거래기준을 만들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본사의 불공정행위는 지속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연말 자본금 예치제도의 문제점도 거론됐다. 중소건설사 재정건성을 위해 마련되 제도가 오히려 사채를 양산해 재정건전성을 더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중소 건설업체를 운영 중인 E씨는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중소 건설업체는 매년 연말 예치제도가 요구하는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불법 사채업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11~12월이면 단기 고리 수익을 노리는 불법사채업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건설업체의 재정상황은 더욱 어려워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수위는 이 같은 중복되는 주요 민원사례를 내부적인 검토작업을 통해 향후 정책개선 방안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계신 반복되는 민원에 대해선 개별구제 차원이 아니라 제도개선, 정책방향 수정 등을 위해 별도로 사례들을 모아 소관 분과위로 넘겨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