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통상은 외교전략적 이익 고민해야"
"미래창조과학부, 개념 모호…공룡부처"
'박근혜 정부'의 기틀인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5일 2월 임시국회 주요처리법안인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전문가 공청회를 가진 것.
공청회에 참석한 국가 행정 전문가들은 외교통상부의 '통상기능' 산업통상자원부 이전 문제와 미래창조과학부의 모호한 개념, 책임총리제의 권한 등에 대해 지적했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손열 교수는 외교통상부의 '통상기능' 이전과 관련해 20세기 통상무역과 21세기 통상무역의 차이점을 밝히며 부적절성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통상교섭은 대내, 대외로 두가지로 나뉜다. 국내 통상이 7,80%이고, 대외적 통상이 2,30%정도 된다"며 "때문에 국내 이해조정이 중요하고 국내 통상이 잘 돼야 대외 협상력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컨트롤 타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과연 2010년대 통상협상 을 진행하면서 산업통상부가 잘할 수 있을지, 외교통상부가 잘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리가 당면한 2010년대 통상환경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지난 20세기 통상은 상품교역이 중심이어서 관세 조치와 관련해 협상이 이뤄졌다. 근데 21세기 무역은 상품에 대한 양허, 관세도 중요하지만 실제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재산권 보장 문제와 원산지, 투자, 서비스 등이 주 교섭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중FTA나 한중일FTA, 동아시아 전체를 엮는 문제도 하고 있는데 이는 상품에 대한 관세 보다 무역규칙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외교전략적 이익을 위한 협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통상외교를 보면, 미국의 일자리 확대와 수출확대 한편으로 동아시아내 전략적 이익을 확대하는 통상정책을 쓰는데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 역시 그런 차원에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저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통상정책을 이야기할 때는 적어도 저쪽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읽고 통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산업통상부로 이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 교수는 "통상교섭을 위한 독립적 기관이 필요하다"며 "대표적인 게 미국 무역대표부다. 기왕에 조직을 개편하려면 더 전향적인 컨트롤 타워로서 기능하는 정부조직이 필요하다. 한국 무역대표부를 설치하는 게 21세기 통상환경에 맞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윤태범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관련해 "공룡부처라고 평가를 받고 있는데 8개 부처의 기능이 넘어왔다. 대폭의 개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래창조과학이라는 말이 모호한 개념"이라며 "이 모호한 개념에 8개 부처 기능을 넣는게 바람직한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설치 목적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부흥인데, 과학 정책은 기초과학의 발전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지원과 투자, 장기적 관점"이라며 "이는 미래창조과학부 목적과 맞지 않다. 단기적 성과로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현 정부의 지식경제부가 '지식경제'가 뭔지에 대해 논란이 계속 됐듯, 미래창조 역시 무엇인지 논란이 될 것"이라며 "부처 이름은 누구나 이해가능한 이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윤 교수는 책임총리제와 관련 "예산이나 인사 등의 권리를 줘야 한다"면서 "하지만 정부조직개편안에는 실상 총리실 직급 일부를 상향한 것 외에는 특별한 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