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6급 이하 직원 전보인사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세청이 목표로 잡고 있는 인사단행 시점은 20일(수요일). 현재 본청과 지방국세청으로 전입할 6급 이하 직원들에 대한 선별작업이 사실상 완료됐고, 설 명절 이후에는 일선 세무서 전출입 직원들에 대한 배치작업이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 상태입니다.
현재 국세청 안팎은 직원 인사 작업으로 시끌시끌한 상황입니다.
소위 승진 가능성이 높은 '요직(要職)'은 적은데, 이 자리를 원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많아 '물밑경쟁'이 상당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국세청 조직체계 특성상, 매년 되풀이되는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에 속합니다.
하지만 올해, 하위직 직원들 사이에서는 발전적인 방향의 변화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 "8급 TO 줄이고, 6․7급 TO 늘려야" =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8급과 9급 TO를 줄이는 대신 6급과 7급 TO를 그만큼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6급 TO(현원 기준, 2012년 9월28일 현재)는 4513명(전체 국세공무원의 22.5%), 7급 TO는 4448명(전체 국세공무원의 22.2%)이며 8급 TO는 5186명(전체 국세공무원의 25.9%), 9급 TO는 연구사를 포함해 총 3216명(전체 국세공무원의 16.1%)입니다.
6·7·9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8급 TO를 대폭 줄이고 6급과 7급 TO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이처럼 6급과 7급 TO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2가지 '명분'이 깔려 있습니다.
첫째로 국세행정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명분입니다.
사실상 국세행정의 베이스를 깔아주는 역할은 6급과 7급 직원들의 몫입니다. 고급 관리자층에서 국세행정 집행의 방향을 설정하면 이들이 법과 원칙, 업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사무관급 이상 중간 관리자들이 색깔을 더해 행정을 원활하게 돌리고, 세무서장급 관리자들이 행정집행을 관리감독 하는 것이 기본적인 국세행정의 '루트'입니다.
본청과 지방국세청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일선 세무서에서 6·7급 직원들이 수행하는 역할이 상당합니다. 국세행정의 손과 발인 6·7급 직원 TO를 늘려, 업무의 세련미와 효율성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명분은 고위직만큼이나 심각한 하위직 승진적체 문제의 해소입니다.
9급으로 시작해 사무관 승진 기회(6급)를 얻지도 못한 채 국세청을 떠나는 이들이 무수히 많은 것이 정설. 능력부족도 문제일 수 있지만 환경(승진기회)이 조성되지 않아 승진희망을 접고, '잉여인력(?)'인양 근무하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려는 이들도 상당하다는 전언입니다.
이들의 업무에 대한 열정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승진기회를 열어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모든 9급 출신 공무원들의 꿈은 사무관 승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승진적체 등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로 승진을 노릴 수 있는 기회마저 얻기 힘들다면 조직에 충성하며 열심히 일할 이유가 그만큼 사라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전했습니다.
예산 측면에서 보면 이 같은 직급 조정으로 인해 인건비 예산의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행정의 고도화로 세수가 더 걷히게 되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설명입니다.
국세청의 또 다른 직원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조직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가 단순히 승진 등 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이 아닌, 대승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직급 조정과 함께 하위직에서도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선발한 미래인재를 중심으로 한 더욱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발탁인사도 곁들여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이고 '세수확보'를 위한 국세청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신규인력 확충은 어렵더라도 고위 관리자층과 관련 부서가 관심을 갖고 이 부분을 적극 추진하길 희망하는 목소리들이 높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떠나 더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데 대해, 딱히 반대할 명분은 사실 없어 보입니다.
□ "여성 국세공무원 활용, 패러다임 전환 필요" =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 국세공무원들에 대한 활용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수 년 전부터 국세청이 그 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국세공무원들을 관리자급으로 선발하는 등 관심을 갖고 관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더욱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죠. 그만큼 현재 6급 이하 하위직에 여성 공무원 비율이 과거에 비해 몰라볼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
특히 관리자들은 물론이거니와 함께 일선 현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일하고 있는 남성 국세공무원들도 시대와 현실의 흐름에 맞춰 여직원 활용에 대한 기존의 보수적 인식을 버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입니다.
'여성'으로서 가정생활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격무부서 등이 아닌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떨어지는 자리에 배치, 남성 공무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과거 십 수년 동안 이런 식의 인사운용을 하다보니, 여성 국세공무원의 발탁인사 등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인식들이 생겨났다는 지적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6급 이하 직원인사를 통해 여성 국세공무원들에게도 문호를 더욱 개방하는 방향의 인사운용이 필요하고 여성 국세공무원들 또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인사를 기대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다만 여성 국세공무원들 스스로도 구시대적 여성관에 치우친 편협함을 버리고, 주요보직 및 격무부서 배치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만 놓고 볼 때 여성 국세공무원들의 입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대흐름에 맞게 여성 국세공무원들의 능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인사운용이 정착되도록 해야하는 타이밍이다"라고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