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김황식 국무총리가 어린아이를 안고 웃고 있다. (사진 = 국무총리실)
직선제 이후 '최장수'…폭넓은 소통 행보에 긍정적 평가
이명박 정부 하반기를 행정부를 총괄했던 김황식 국무총리가 26일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총리실 직원들과 환송식을 가질 예정이다. 오후 2시 정홍원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처리되면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을 한 뒤 공직생활을 마감한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사회 통합을 향한 대국민 소통 행보 등으로 '명재상(明宰相)
'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호남 출신으로 통합 인사에 걸맞은데다 능력까지 갖춘 총리로 인정받으면서, 새로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에서의 유임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김 총리는 2010년 10월 세종시 수정안 논란으로 정운찬 전 총리가 사퇴한 후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마저 낙마한 이후 전격 발탁됐다.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인물로 정부 수립 이후 첫번째 광주·전남 출신 총리였다.
그는 정일권(6년 7개월)·김종필(6년 1개월)·최규하(3년 10개월) 전 총리에 이어 4번째 장수 총리를 기록하며,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로는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다.
그의 장수 비결로는 '이슬비 행보'와 '인간적 소통'이 꼽힌다. 김 총리는 취임 100일을 맞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컬러가 없는 것이 내 컬러"라며 "이슬비처럼 대지에 스며들어 싹을 피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총리는 이같은 포부대로 조용히 민생 현장을 찾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행보를 이어갔다. 전국의 어린이집, 112 신고센터, 다문화가족지원학교, 청소년비행예방센터 등 직접 현장을 둘러봤고, 페이스북 친구들과 삼겹살 미팅을 통해 소통하기도 했다.
'우산' 사건은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연평도 포격 1주기 추모식 도중 비가 내려 경호팀장이 우산을 펼치자 "됐다, 치우라"라고 물리친 후, 40분간 비를 맞으며 병사들을 추모한 것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 것.
화재 진압 중 숨진 소방관의 장례식을 경호와 의전팀 없이 조문하며, 어린 아들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한 것도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페이스북 소통도 김 총리의 인기에 한 몫을 했다.
지난 2011년 김 총리가 국무총리 전용 메모지에 연필로 쓴 글을 스캔해 올리면서 시작된 '연필로 쓴 페이스북'은 2012년 12월 100회로 마칠 때까지 이를 구독한 '페친(페이스북 친구)'의 수가 28만8000명에 이를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총리실은 이를 묶어 '연필로 쓴 페이스북, 지산통신'이라는 책을 펴냈고, 김 총리는 책의 인세 전액을 사회복지단체에 기증키로 했다.
김 총리는 "중견 법관이 되면서 부동산은 집 한채 외에는 가져서는 안되겠다. 주식을 갖고 있는 회사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으니 투자를 하면 안된다고 판단했다"면서 새로 출발하는 공직자나 고위공직을 맡으려는 사람들에게 이 점을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정홍원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처리되면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식적인 이임식을 한 뒤 공직 생활을 마감한다. 4~5월께에는 유학했던 독일로 출국해 현지에서 강연과 연구 작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