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경제와 신용부문을 분리하는 사업구조개편을 단행한 지 1년여가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얻은 건 11조원의 빚 뿐"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4일 농협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300만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이명박 정부가 5년이나 앞당겨 추진한 농협 사업구조개편이 단행된 지 1년이 되었지만 얻은 것이 있다면 11조원의 빚더미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노조는 "경영진 일각에서 '부족자본금에 대한 전제조건이었던 6조원 출연이 해결되지 않으면 쪽박을 찬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농협의 현주소를 보여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농협의 신경분리를 5년이나 앞당겨 추진하며 부족자본금 12조원 중 6조원을 출연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1조원의 현물출자와 4조원의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보전으로 말을 바꾼 바 있다.
하지만 현물출자(KDB금융그룹 및 한국도로공사의 주식 각각 5000억원) 마저도 지난해 집행이 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농협에 대한 쓴소리도 터져 나왔다.
노조는 "농협의 싹쓸이 1면 광고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진정으로 300만 농민과 농협을 위한 것이라면 경영진은 농협 사업구조개편의 문제점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른바 새 정부 취임식 날 전국일간지와 경제지의 1면 광고를 싹쓸이 해 새 정부 출범을 축하했던 농협 측의 발빠른 행보를 지적한 것이다.
이어 노조는 사업구조개편과 관련한 농협 경영진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했다.
노조는 "졸속적인 사업구조개편이 가져온 11조원 빚더미에 대한 분명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11조원 빚더미 속에 경제사업 활성화는 사상누각이며, 한마디로 대국민, 대농민 사기극이기 때문이다"고 강변했다.
또 노조는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는 MOU 폐기를 위해 정부의 이차보전금을 법정의무금으로 정하는 농협법 개정에 적극 임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 노조는 신경분리로 인해 발생한 ▲공제사업의 보험사업으로의 전환에 따른 3000억원에 달하는 예금자보험료 납부문제 ▲IT분리를 위해 필요한 5000억원 상당의 재정조달문제 ▲조세감면 일몰법으로 인한 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세금 납부문제 등 농협의 재정압박 요인을 지적했다.
현재 농협 경영진이 이 같은 재정압박 요인을 해결할 묘수를 내놓는 동시에 경제사업 투자의 적정성 문제, 농협 사업평가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개입, 지배구조의 문제 등에 있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농협을 희생양으로 국민과 300만 농민을 호도한 이명박 정부가 물러났다"며 "농협 경영진은 사업구조개편에 나타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솔직해야 하며, 조속히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다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