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여의도'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다.
그러나 여의도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아마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6일과 7일 하루를 사이에 두고 주거니 받거니, 여야 원내대표들의 행동과 발언이 내·외의 반발을 사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조직법 협상이 난항을 계속하면서 여야 원내대표들이 갖는 정치적인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여야의 지도부가 보여준 정치력은 기득권 포기와 새정치를 약속했던 지난 겨울의 멀지 않은 기억들이 아득해지는 느낌이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6일 새 협상안이라며 세 가지 조건을 제안했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방송통신위 설치법을 개정해서 공영방송이사 추천시 재적위원 3분의2 찬성으로 의결토록 하는 특별 정족수안 도입 ▲개원 국회 때 합의한 언론청문회 즉시 실시 ▲MBC 김재철 사장 비리에 대한 철저한 검찰수사와 사장직 사퇴 촉구다.
이 세 가지를 조건으로 IP-TV업무는 물론 SO(종합유선방송사업)관련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데 동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문방위원들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반발의견이 분출됐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유승희 의원을 비롯해 문방위원들은 새누리당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박 원내대표가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새로운 협상안을 제안한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이한구 원내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직권상정 발언을 해 야권의 거센 반발을 자초했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단독으로 직권상정하자는 말씀이 절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여야 간 약 20여회의 협상이 진행되면서 합의문 서명 직전까지 갔던 협상이 다시 오리무중으로 한 치 앞을 볼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두 원내대표들의 부담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발언들이 과연 정부조직법 협상에 도움을 주는 발언인지는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방송의 공정성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고, ICT 산업이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만큼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치킨게임 하듯 양보 없는 질주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함 그 자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면서도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고 협상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아름다운 모습을 위해 과연 얼마나 노력하느냐 하는 것이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정파적인 이해만 쫒을 뿐, 국민을 외면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때 지난 대선에서 분출 됐던 새 정치에 대한 희망은 다시 한숨과 실망감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하루를 사이에 두고 여야 원내대표가 보여준 모습에서 구태와 결별하라는 국민들의 새 정치에 대한 요구는 다시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닐지 우려된다.
지금의 여야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한 단어가 바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아닐까?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