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된 인물의 경륜과 능력 여부를 떠나, 박근혜 대통령이 내부출신 국세청장을 낙점 하는 것으로 보여준 '의지'는 첫 째도 둘 째도, 복지공약 실현을 위한 추가적인 세수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국세청 소관 세입예산은 204조원. 지난해 세수는 당초 정부가 예상한 수준(세입예산 205조8000억원-세입실적 203조원)에 못 미쳤고, 올해 역시 세수상황이 녹록치 않은 형편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세입예산에 더해 추가적인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중책을 떠 안고 있다.
올해를 포함해 국세청은 박근혜 정부 임기 5년 동안 수 십조원의 추가세수를 만들어내야 한다. 세수확보의 지름길을 열어줄 FIU법 개정 문제가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추가세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집행력'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국세청의 집행력 강화를 위한 최우선 해결과제는 조직 안정.
전국적으로 2만명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국세청은 '일사분란'함을 생명처럼 여기는 조직. 조그마한 외풍에도 조직이 흔들리고 조직원들이 동요하게 될 경우, 원활한 국세행정 가동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조직에 몸담으며 조직의 생리를 꿰뚫고 조직을 짧은 시간 내에 장악할 수 있는 내부인 출신 수장의 임명 필요성이 높았다. 전문성 등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조직 장악에 시간이 더 필요한 외부인 출신보다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인 출신 수장이 임명될 경우, 현재 잡혀져 있는 국세청 인사구도 전반을 재정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해야 하는 등 조기에 조직을 안정시켜 '세수확보'라는 목표를 향해 뛰도록 분위기를 다잡는데도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세청장 인선과 관련해 이런 부분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외풍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세청 조직을 조기 안정시켜, 새 정부 최대 화두나 다름없는 세수확보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기대'와 '요구'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내부인 출신 국세청장 인선은 '업무의 연속성' 또한 감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통상 정부 조직은 새로운 수장이 임명될 경우 기존에 추진해 왔던 각종 과제들을 상당부분 폐기하고, 새로운 과제들을 세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
국세청도 마찬가지다.
역대로 전임 수장이 벌여놓은 일들을 발전적으로 승계 하는 케이스가 극히 드물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현동 현 국세청장 취임 이후, 그와 보조를 함께 하며 이 국세청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역외탈세 차단 및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과제를 그대로 이어나갈 적임자로 내부인 출신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든 국세청 조직원들이 정교하게 시스템화 된 행정체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외부인 출신 또한 무리없이 국세청을 목표지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다만 국세청은 현재 세수확보를 위한 조직개편(조사국 및 체납부서 인력 증원 배치) 등을 완료한 상태이며, 지하경제 양성화 '신호탄'이나 다름없는 가짜 석유 제조판매업자 전국 세무조사 등 본격적인 스타트를 끊고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장 교체로 조직의 분위기를 불필요하게 흔들어 놓는 것은 '자충수'를 두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모든 여건들이 감안되면서, 내부인 출신 국세청장 인선이라는 결과물이 만들어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