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씨티은행장 5연임 추진에 직원들 '뿔'났다

씨티은행 노조, 본점 로비서 연임저지 천막농성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의 은행권 사상 초유의 5연임 추진에 내부 직원들이 강력 반발하며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조원들이 본점 로비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저지투쟁에 돌입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20일 씨티은행 노조는 본점 로비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대내 투쟁에 돌입했다.

하영구 현 한국씨티금융지주회장 겸 한국씨티은행장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전대미문의 5연임을 확정지을 예정이지만 내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만 것.

노조는 "하 은행장과 함께 한 12년을 돌이켜 보면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오른다"며 "그야말로 조직을 홀쭉하게 만든 장본인이다"고 쏘아 붙였다.

노조에 따르면 하 은행장이 재임한 12년 동안 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은 6%에서 3%로 줄고, 신입직원 공채는 지속적으로 축소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00명이 늘었을 뿐이다.

또 대규모 점포 통폐합 및 페점을 통해 영업점의 축소는 지속됐으며, 취임당시인 2001년 238개 점포가 올 3월 현재 206개로 오히려 13.4%가 줄었다.

씨티은행 임원들이 장기집권을 하면서 직원들의 승진기회는 축소됐고 정체된 인사구조는 3차례(2007, 2008, 2012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실제 씨티은행은 은행원이 꿈이라고 할 수 있는 1급 승진이 몇 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이 문제로 은행권 최초의 '은행장실 점거 철야농성'의 사건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18일 저녁 본점 로비에서 진창근 노조위원장의 삭발식을 거행한 후 "단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직원들로부터 승진이라는 희망을 빼앗고 정작 은행장과 임원들은 수십억원의 급여를 챙기기 위해 생명연장을 꿈꾸고 있다"며 하영구 은행장의 5연임 추진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노조 집행부는 본점 로비에 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장기 농성에 돌입한 상태로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불안한 전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