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로스쿨 출신 실무수습 검사가 여성 피의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준데 이어, 이번에는 임용을 앞두고 있는 예비검사가 로스쿨 졸업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과목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C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3년도 검사 신규임용 시험에 합격한 B씨(로스쿨 2기)가 로스쿨 재학 당시 필수과목의 시험문제를 미리 빼돌려 공부했고, 이를 통해 A+라는 높은 학점으로 과목을 이수해 졸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B씨는 이후 검사임용 전형에 합격했지만 법무부 등 임용과정에 관련된 정부기관에선 이와 같은 사실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의 제보자가 B씨의 부정행위 의혹을 법무부에 전화를 걸어 직접 신고했지만, 법무부에서는 사실확인에 곧바로 착수하지 않는 등 사건대응에 다소 미흡했다는 것.
□ 로스쿨 출신 예비검사 '컨닝' 의혹…"시험문제 빼돌려 A+(?)"= C대학 로스쿨 관계자들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010년 4월 로스쿨 필수과목인 '민법' 과목의 시험문제를 미리 알아내 높은 학점을 받고 과목을 이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은 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B씨가 그 학교 학부 출신인 점을 이용해 학교 관계자를 통해 시험 전날 출제될 문제를 미리 알아냈고, 사전에 답안을 작성해 공부했다는 의혹이다.
부정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B씨는 결국 다른 학생들을 제치고 시험에서 A+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법 과목의 경우 로스쿨 필수과목으로서 학점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다.
□ 법무부, 로스쿨 컨닝에 '속수무책'…"컨닝학점으로 검사 합격?" = 특히 B씨는 부정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A+으로 검사 신규임용 시험에까지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B씨는 법무부가 주관하는 2013년도 검사 신규임용 전형에 합격, 다음달로 합격자 발표가 예정된 변호사 시험만 통과하면 대한민국 검사로 정식 임용된다.
하지만 로스쿨 관계자들에 따르면 B씨가 필수과목인 민법 시험에서 컨닝한 사실을 인정하고 학점을 포기했을 경우 졸업 자체가 불가능하며, 로스쿨 졸업예정자로 자격요건이 정해진 검사 신규임용 시험에 지원할 수 없었다.
한편 법무부와 검찰은 검사 신규임용 시험절차에서 B씨의 컨닝 의혹을 제대로 검증해내지 못했다.
현재 법무부는 검사 신규임용을 위해 자체적으로 촘촘한 전형 절차를 실시하고, 로스쿨 재학 당시 받은 학점을 가산해 합격자를 가리고 있다.
법무부가 총괄하는 검사 신규임용 전형에 합격하려면 1차 서류전형은 물론 '검찰실무Ⅰ'이라고 불리는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또한 약 1개월 동안 실무기록 평가, 직무역량 평가, 발표·표현역량 평가, 토론·설득역량 평가 등 4단계 면접시험도 거쳐야한다.
그러나 법무부는 검사 임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로스쿨 학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검사 임용 전형에 응시한 로스쿨 졸업예정자들이 재학 당시 각종 부정행위로 높은 학점을 받았더라도 손을 쓸 방법이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는 로스쿨 학점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로스쿨 자체 내에서 학생들을 상대평가해 학점을 주고, 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점을 법무부에 제공하면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법무부, '제보' 받고도 미온적 대응 = 한편 법무부는 이번 로스쿨 출신 예비검사의 컨닝 의혹에 대해 진상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전 대응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익명의 제보자가 법무부에 B씨의 컨닝 의혹을 알렸지만, 법무부에서 사실확인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C대학 로스쿨 학생이 부정행위로 점수가 높게 나왔다는 제보가 들어왔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제보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았고, 이와 같은 사건은 학교측에서 조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보는 들어왔지만 일단 제보자가 자신의 신원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고, 컨닝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자료가 없어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법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C대학 로스쿨뿐만 아니라 다른 로스쿨에서도 시험 부정행위와 관련된 제보 및 투서가 많이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로스쿨에서도 시험 부정행위와 관련된 투서들이 많이 들어온다"며 "하지만 이런 투서는 신뢰도의 문제로서 구체적인 자료가 있어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혹을 받고 있는 B씨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같은 대학 법학과 출신으로 교수님의 학부 때 시험문제인 족보를 구해서 들어갔는데 이런 이야기가 와전돼 나온 거 같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학교 관계자도 시험문제를 알려준 건 아니고, 변두리에서도 문제를 많이 내니까 중요한 부분 말고 책을 전체적으로 보라고 알려줬다"며 "통상적인 차원에서 이런 식으로 공부하라고 조언해 준 정도"라고 입장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