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감면 혜택이 돌아가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점차 전환할 방침이다.
근로자들이 일하고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비용성격이 강한 공제항목의 경우 소득공제로 계속 유지하되, 단순한 세제지원 성격의 공제항목들을 세액공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총 16개 이상의 연말정산 소득공제 항목들 중에서 세제지원 성격이 강한 신용카드 공제, 기부금 공제 등이 세액공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26일 개최된 국무회의에 '2013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안)'을 제출해 의결하고, 소득공제 항목들을 세액공제로 점차 전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조세지출 지원 원칙을 마련해 발표했다.
□ 소득공제→세액공제로…"비용공제 항목 제외" = 우선 재정부는 고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소득공제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꿀 방침이다.
소득공제의 경우 소득이 많을수록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제금액도 늘어나기 때문에, 소득이 적은 중산·서민층에 비해 고소득층이 더 많은 세금감면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올해 국세감면액 29조8000억원 중에서 세액공제 혜택은 5조9000억원(40.6%)에 불과한 반면, 소득공제 혜택은 8조7000억원(59.4%)으로 20% 가까이 더 많다.
현재 재정부는 일부 소득공제 항목을 점진적으로 세액공제로 전환하되, 비용성격이 강한 공제항목을 제외하고 단순한 세제지원 성격이 강한 공제항목을 위주로 전환 대상을 검토중이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소득공제 방식의 취약점은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감면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이라며 "현재 고소득층과 중산·서민층의 조세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소득공제 항목 중 일부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 "세액공제로 전환할 항목이 없다?" = 하지만 아직 어떤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전환할지 확정된 바가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소득공제 항목들이 비용공제 성격인 만큼 세액공제로 바꿀 항목을 선정하는데 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연말정산 소득공제 항목은 인적공제, 연금보험료 공제, 보험료 공제, 의료비 공제, 교육비 공제, 주택자금 공제, 기부금 공제, 개인연금저축 소득공제, 연금저축 소득공제, 주택마련저축공제, 투자조합출자 등 소득공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우리사주조합 소득공제, 장기주식형저축 소득공제, 고용유지중소기업근로자 소득공제 등이다.
본인과 부양가족에 대해 소득금액을 공제해주는 인적공제를 비롯해 미래에 닥칠 불의의 사고를 대비하는 보험료 공제, 병을 치료하는데 들어간 의료비 공제, 자녀교육에 필요한 교육비 공제 등 대부분의 공제항목들의 경우 세액공제로 바꾸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각종 비용들을 소득에서 공제해주는 항목들이 대부분이어서 아무리 고소득층이라고 하더라도 소득공제 혜택을 세액공제로 전환해 감면규모를 일률적으로 줄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은 "고소득층 감면혜택을 줄이기 위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다는 취지는 옳다"며 "하지만 어떤 공제항목을 세액공제로 바꿀지는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홍 교수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비용으로는 교육비, 의료비 등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료 등이 대표적"이라며 "본인과 부양가족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는 인적공제의 경우도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감안할 때 세액공제로 전환해 감면혜택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학고 세무학과 교수도 "원래 소득공제 자체의 취지가 근로소득자와 자영사업자의 세부담 균형을 맞춰주기 위함"이라며 "마땅히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할 항목이 보이지 않고, 근로소득자 절반은 세금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재정부 세제실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소득공제 항목들을 쉽사리 세액공제로 전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제실 관계자는 "어떤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바꿀지는 검토중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결론이 없다"며 "이달 중으로 한국조세연구원 또는 민간 연구기관·전문가 등에게 이와 관련된 연구용역을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 세액공제 축소항목…"신용카드·기부금 공제 유력" = 한편 대부분의 소득공제 항목들이 비용공제 성격이 강한 만큼, 세제지원을 위해 도입된 일부 공제항목들이 세액공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카드거래 활성화 및 세원 양성화를 위해 도입됐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세액공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비용공제 성격이 약한 기부금 공제도 기부문화 활성화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홍기용 교수는 "현재 소득공제 항목들 중에서 비용공제 성격을 벗어난 대표적인 항목은 신용카드 공제"라며 "신용카드 공제의 경우 국가적인 카드거래 활성화와 세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 목적으로 시행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기부금의 경우도 비용공제 성격이 약하다"며 "하지만 기부문화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기부금 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할 경우 얼만큼의 혜택을 줄지 계산하기가 다소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