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에 취임한지 오늘로 10일째입니다. 지난 10일 간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책임의 무게를 통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수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27일 기자들을 만나 향후 인사 및 조직 개편, 금융정책의 방향에 대해 밝혔다.
금감원장 임명 이후 금감원 내부에서는 인사 문제를 두고 가장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원장은 "열심히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인사를 할 것이다. 사실 저 역시 그동안 빛이 안 나는 과정을 거쳐 이 자리까지 왔다. 수많은 축하 메시지 중 변방 보직을 맡고 있는 후배들이 '성실히 하는 사람이 잘돼서 너무 좋다'고 해준 것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앞으로 인사에서 각 권역의 주류이니 물먹었느니 이런 말은 안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공석 상태인 수석부원장 인사와 관련해서는 "금감원장이 제청하면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수석부원장이 오면 임원, 국장, 팀장급 순으로 후속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4월 말까지 끝낼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서 진웅섭 금융정보분석원(FIU)장이 차기 수석부원장 후보로 꼽히는 것에 대해서도 "(제가) 진 원장을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수석부원장으로 추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조직 개편과 관련한 언급도 했다. 최 원장은 "필요한 부분만 정비할 것이다. 저축은행 담당 부서를 줄이는 대신 상호여전, 불공정 거래 조사, 계열사 부당 거래 감시, 서민·중소기업 부문 등을 강화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보험 민원을 대폭 줄이도록 하겠다. 금감원에 접수되는 민원의 절반 이상이 보험이다.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업 구조조정 부문은 '기업을 살리는 금융'이 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생 가능성이 있은 기업에는 신규 자금, 금리 감면, 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되, 정기 신용 위험 평가에서 한계 기업으로 선정된 경우 강도 높게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최 원장은 "담보대출 위주의 낙후된 여신 거래 관행을 타파하고 사업성 및 신용 평가에 기반한 선진적 여신 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 특히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위해 상생보증부대출 및 동산담보대출 등을 확대하고, 대출 부실에 대해 은행원의 책임을 면하는 면책 제도 운영이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 원장은 취임 3일 만인 지난 21일 경남에 소재한 창원국가산업단지를 방문, 중소기업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향후 금융정책에 반영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한편 최근 KB금융그룹 주총에서 일부 임원이 내부 자료와 정보를 ISS(미국 주총 안건 분석 기관, 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유출한 의혹을 받는 것과 관련해 최 원장은 "사실관계 및 경위 등을 확인 중에 있다"고 짧게 답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2일 KB금융 종합 검사에 착수, 업무 전반을 점검 중이다.
최 원장은 "검사 결과 법규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금융지주회사 지배 구조 개혁과 관련해서는 "회장이 자회사 경영의 독립성을 침해할 정도로 권한을 행사하면서 법적 책임은 지지 않고, 사외 이사가 경영진을 압도하거나 유착되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추후 TF에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날 "한국 경제에서 금융 산업 만큼 비난을 받는 분야가 많지 않다. 금융업은 보수와 근무 여건이 좋은 데 비해 일하는 방식은 오래된 관행에 파묻혀 비효율적이고, 고객보다 금융회사 입장을 고려하는 사고방식이 남아 있으며, 우물 안 개구리로 세계 무대에 내세울 선수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낡고 불합리한 방식과 은행, 증권, 보험 간의 칸막이적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가지고 법과 질서를 자율적으로 지켜나가는 금융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