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국가부채 규모가 총 902조4000억원 가량으로 1년 만에 128조9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돈이 오가는 '현금주의 회계'와 달리 경제적 거래가 발생하는 시점에 미래의 자산과 부채까지 인식하는 '발생주의 회계'를 기준으로 작성한 부채 규모로서 당장 갚아야할 나라 빚은 아니지만 국가부채가 상당히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국가부채가 급증한데는 국·공채, 차입금 등이 증가한 원인도 있지만, 정부가 향후 퇴직할 공무원·군인 등에게 지급할 연금충당부채가 100조원 가량 늘어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2012 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자료에 따르면 발생주의 회계기준으로 계산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재정상태는 자산 1581조1000억원, 부채 902조4000억원 등으로 순자산 규모가 678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 2011년에 비해 자산 규모는 58조1000억원 증가한 반면, 부채규모는 무려 128조9000억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에 따르면 통상 국가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일반회계 적자보전, 외환시장 안정 등을 위한 국고채 발행액은 22조8000억원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지난해 국가부채 규모가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향후 퇴직할 공무원·군인들에게 지급할 연금을 현재가치로 계산한 연금충당부채가 2011년 기준 34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436조9000억원으로 1년 사이에 94조8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최근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앞으로 공무원·군인 등의 수명이 늘어나고, 최근 저금리 기조에 따라 연금충당부채 현재가치 계산에 사용하는 할인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의 경우 통계청에서 5년마다 1번씩 전망하는 장래 인구추계를 토대로 공무원들의 기대여명, 사망률 등을 조정한 결과 지난 2011년보다 33조9000억원 가량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연금충당부채 현재가치 계산에 적용하는 할인율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수익률(10년 평균)이 4.18∼5.15%에서 3.97∼4.95%로 하락한 효과도 충당부채 규모를 22조4000억원이나 늘렸다.
이외에도 군인 연금충당부채 산정방식을 공무원 연금충당부채 계산법과 일치시켜, 이번 결산부터 군인연금미수급권자도 향후 연금을 수령한다고 가정하고 부채규모를 계산한 결과 24조5000억원의 충당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재부에 따르면 연금충당부채는 현재 연금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퇴직 이후 오는 2093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지급할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계산한 금액이며, 지출시기와 지출금액이 불확실한 잠재적인 부채로서 국민부담과 직접 연계되는 국가채무와는 성격이 다르다.
실제 연금 지급액도 공무원·군인 등 개인의 기여금과 국가 부담금을 통해 지급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경우에만 정부의 일반 재원에서 보전금으로 보충하므로 국가채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태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일반적인 국가부채는 지급시기와 규모가 확실하지만 충당부채는 지급시기·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은 부채"라며 "연금충당부채는 퇴직률, 사망률, 할인율 등 가정변수에 따라 매년 증폭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