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전국 2만명 국세공무원들의 눈과 귀과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로 기울어진다.
이날 국세청은 전국 지방국세청장 및 세무서장, 해외주재관 등 관서장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개최한다.
전국세무관서장회의는 국세청의 한해 세정운영방향성을 전파하는 매우 중요한 회의다. 특히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해 치사를 통해 직원들을 독려하는 이유도 국가 예산확보를 책임지는 국세청 역할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통상 매년 1월 중하순경 열렸지만 올해의 경우 정권 교체 및 국세청장 교체 등 여파로 개최시기가 늦어졌다.
이날 회의에서 국세청은 올해 세무조사 운용 방향성과 세입징수를 위한 주요 사항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각급 지방국세청장은 물론 일선 세무서장에게 구체적인 업무사항 등을 시달한다.
회의를 하루 앞둔 국세청은 예년보다 훨씬 더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는 모습이다.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세입여건이 평년보다 훨씬 좋지 못할뿐더러,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복지공약을 이행할 추가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중책(重責)이 맡겨졌기 때문이다.
향후 5년간 소관 세입예산 외에 추가로 마련해야 할 재원은 총 28조5000억원. 한해 평균 6조원 규모에 달한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현금거래 등 탈세가 만연해 있는 '지하경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방침이다. 특히 대기업·대재산가 및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 등 소득탈루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분야가 중점 조사대상이다.
가짜석유, 자료상, 불법 사채업자 등 경제 질서 문란행위와 국내재산 불법유출, 해외소득 은닉 등 역외탈세 분야도 집중적인 세무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은 향후 FIU(금융정보분석원)이 보유 중인 금융정보 공개범위를 확대, 이를 세무조사 대상 선정과 조사과정에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체납자 외에도 재산을 숨기는데 직간접인 도움을 준 가족, 관련인 등의 금융거래 조회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조사 기법에 대한 이해도 또한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인 셈.
똑같은 돈 거래라고 하더라도 의심을 살만한 수상한 거래를 제대로 찾아내야 조사 효과를 높일 수 있고,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하는 시선도 불식시킬 수 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국세청은 일선 세무서 인력을 차출, 지방청 조사국에 400여명의 세무조사 인력을 증원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금융조사, 역외탈세 등 첨단 조사기법에 대한 집중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세혐의가 짙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예년보다 훨씬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은 이미 대재산가 전담조직(서울청 조사2국) 개편을 통해 기업분야(조사4국)와 함께 기획조사 특화체계를 확립했다.
국세청은 일선 세무서 요원들의 현장정보수집, 탈세혐의분석 역량을 높여 세수비중이 높은 대재산가, 대기업 등을 면밀히 들여다 볼 예정이다. 내부 검증으로 탈세혐의가 파악된 사업자는 금융조사, 포렌식조사, 거래처조사 등 집중조사를 통해 세금 징수실적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작년부터 고액 체납정리를 위해 본격적으로 가동된 '숨긴재산무한추적팀'도 전국적으로 100여명 증원, 현장 중심의 징수활동을 강화할 방침.
국세청은 이런 방식들을 통해 연간 15~16조원 수준인 '노력세수' 비중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수목표를 자체적인 성과평가 지표로 설정하고 미흡한 분야는 신속히 문제점을 파악해 세금누수를 막을 계획이다.
이밖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중소기업, 지방기업에 대한 조사부담 완화방안 및 영세사업자 서민층 세정지원 대책, 불합리한 제도개선대책 등 지난 국회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확정된 주요 세정운용목표들도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최근 연이은 세무조사 관련 뇌물수수 사건으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직원들의 자정노력을 촉구하고,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김 국세청장이 제안한 '세무조사반 특별감찰팀' 운영 등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 관계자는 "한해 국세행정 방향이 확정되어야 내부적인 추진동력을 만들 수 있다"며 "각 주요 과제별 직원들의 성과평가 기준 등에 대한 확실한 방향성이 결정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컨대 세무조사를 하더라도 중점적으로 더 들여다 볼 분야나 조사내용 등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될 것"이라며 "올 한해 국세청 직원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리는 자리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