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양건 감사원장에 '코드 감사·독립성' 질타

"박 대통령과의 '유임 통화' 공개 부적절"

여야 국회의원들은 최근 임기 보장이 결정된 양건 감사원장에게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질타를 가했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업무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양 원장이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임기 관련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을 두고 "부적절했다"며 비판을 가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질의에서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감사원이 대통령과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면서 "이렇기 때문에 감사원이 정치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감사원의 올해 업무 방침에 대해서도 "어떻게 올해 업무 방침이 대통령의 시책과 한 글자도 다르지 않느냐"면서 "감사원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 되지, 왜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방향과 결부시키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정갑윤, 김학용 의원 등도 감사원이 최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의식한 '코드 감사'가 아니냐"고 질타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도 "대통령으로부터 유임 전화를 받았다고 자랑하는 순간 감사원의 독립성은 이미 깨진 것"이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장이 박 대통령에게 신세 갚으려고 4대강 감사를 해서 바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감사원이 '촉새 감사원'이라는 불명예를 씻는 길은 추상같은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춘석 의원도 "감사원이 4대강 사업과 금융 공기업의 민영화 등 전 정권의 사업을 뒤집으며 새 정부의 첨병으로 나서는게 옳은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양건 원장은 박 대통령의 통화 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앞으로 유념하고 똑바로 처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 방향에 대해선 "감사 계획에 국정운영 방향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지난 8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청와대의 유임 통보와 관련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면서 "(감사원을) 잘 이끌어 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올해 감사운영 방향에 대해선 "새 정부 국정과제의 조기 안착을 위해 재정확충·복지·생활안전·부패척결에 감사역량을 결집하겠다"면서 "새 정부의 재원 마련을 위해 '세출구조조정과 세입증대'를 기준으로 대규모 감사를 실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 원장은 또 "국정운영 방침이 있으니 감사 계획을 세우는 데 고려하게 된다"면서 "기본적으로 국정운영 방향 자체가 잘못되지 않는 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감사 운영이 잘못된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