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여·야 '강대강' 대립
17일부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일부 세법개정안에 대한 합의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여·야 조세소위 의원들은 이날 지난 16일 합의된 정부 부동산 대책 가운데 양도세 면제방안과 관련된 법안을 합의한 뒤, 상임위로 보낼 예정이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올해 연말까지 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득 이후 5년 동안 양도소득세가 전액 면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미 양당 지도부와 경제부총리가 직접 합의한 내용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때를 늦춰선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별다른 잡음 없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합의된 법안이 국회심의 절차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전격 시행될 경우, 전국 686만5540채가 양도세 면세 혜택대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정부와 여권이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함께 밀고 있는 다주택자 중과제도 '완전 폐지' 법안이다. 이와 관련 현재 여야 정치권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도입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 투기방지 차원에서 1세대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얻는 양도소득에 일반 소득세율(6~38%)보다 높은 50~60%(2주택 50%, 3주택 이상 60%)의 세율을 적용토록 설계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제도시행 유예를 거듭, 참여정부 마지막해인 2007년 단 한 차례만 시행된 이후 한 번도 제대로 시행된 적은 없었다.
정부와 여권은 이 제도의 존속 자체가 '거래동결'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얼어붙은 시장심리를 바꾸기 위해 아예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고 정상 세율로의 환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에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법안을 발의한 나성린 의원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대행으로 여권 내부 기류도 '제도 폐지'로 기우는 모양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제도가 도입 된 후 2주택 이상자에게 전면적으로 중과세가 적용된 해는 2007년 단 한해에 불과,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측면에서 제도폐지로 투기조장 효과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다.
조세소위 소속인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은 "임대주택 사업자를 활성화 하자는 것이 정부 입장인데 다주택자에 세제혜택을 준다고 모두 임대사업자로 오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며 "심리적인 효과를 가정해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에 여야정 합의체에서 따로 논의되지 않은 양도세 중과폐지, 2년 미만 단기보유 주택 양도세율 인하 방안 등은 이번 임시국회 조세소위에서 합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양도세 중과폐지 문제 등은 올해 연말 세법심의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질적으로 연말까지 양도세 중과제도가 유예된 만큼 협의 시간이 길지 않은 임시국회에서 굳이 여야가 소모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
국회 관계자는 "조세소위에서 일부 논의는 되겠지만, 당장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뒤, 올해 연말 세법심의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