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주권자가 한국의 내국인용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해 의료보험처럼 활용하다 덜미가 잡혔다. 미국의 의료보험료와 의료비가 워낙 비싼데다 해외여행보험료가 값싼 점을 악용한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영주권자가 해외여행보험 가입 후 해외여행이 아닌 일상생활 중 발생한 사고로 보험금을 부당 수령하는 새로운 사기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미국 LA 지역에서 영주권자가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다는 제보에 따라 조사한 결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해외에서 영주권 취득 후 해외여행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해외여행이 아닌 영주권 취득 국가에서 일상생활 중 발생한 사고로 보험금을 수령한 420명의 보험사기혐의자를 확인했다.
혐의자 420명은 기관지염, 복통 또는 가구 이동 중 허리 통증 등 일상생활 중 발생한 사고로 727건, 8억 2000천만원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혐의자중 40~50대가 213명(50.7%), 여성이 236명(56.2%)이며 보험사고의 대부분(총727건 중 683건, 93.9%)이 미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영주권 취득자는 일반적으로 거주 국가의 의료보험에 가입하여야 하나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국내 보험회사의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여 부당하게 보험금 수령했다. 보험사나 나이, 성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어 정확한 보험료 비교는 불가능하나, 미국 보험료가 한국 보험료의 10배 이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자들은 해외여행을 하지 않음에도 여행 목적 및 여행지를 허위 기재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영주권 보유 국가에서 일상생활 중 발생한 사고로 보험금을 수령하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편취했다. 이들은 피보험자가 해외 체류하는 경우 보험회사에서 계약 인수를 거절하므로 해외체류 여부를 미고지하거나 허위고지해왔다.
A씨는 자녀들과 함께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였으나 이를 알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한 후 다수의 부당청구로 총 656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하다 적발되었다.
A씨는 두통 및 생리통 등으로 거주지인 LA 소재 병원치료 후 총 220만원의 보험금을 부당 수령했고 자녀들도 감기, 발목 및 치아 통증, 피부발진 등을 이유로 치료 후 총 436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금융감독원은 영주권자 등의 해외여행보험 부당 가입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 거주 및 과거 병력 등에 대한 고지사항을 보완하고 여행 증빙자료를 징구하는 등 보험회사가 계약인수 심사를 강화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보험금 지급심사도 강화하여 보험금 청구서에 출국일자를 기재하게 하고, 필요시에는 출입국 증빙자료 등을 제출받아 실제 여행 여부를 확인할 것을 보험회사에 요구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기 혐의자를 수사의뢰하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이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장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필요시 추가 기획조사 실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