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을 가게 된 A씨는 공항 면세점을 지나다가다 고등학생 딸이 노래를 부르던 B사의 디지털 카메라가 진열돼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이 디지털 카메라는 사진을 찍으면 바로 SNS로 전송이 되는 최신 기능을 탑재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꽤 인기있는 제품이었다.
A씨의 딸은 최근 모의고사 점수가 크게 올랐다며 선물로 이 제품을 사달라고 졸랐었다. 하지만 A씨는 "이거 사면 카메라에 온통 정신이 쏠려서 공부도 안한다"는 말로 상황을 계속 피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면세점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판매하는 것을 보니 딸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은 채 맴돌기만 했다. 사실은 비싼 가격 때문에 사주기를 망설였던 것인데, 카메라를 사면 공부를 안할 것이란 핑계를 댄 것도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A씨는 큰 마음 먹고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기로 결심했다. 마침 'K'사의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20% 할인행사를 해주고 있었다. K사의 카드를 갖고 있던 A씨는 이 카드로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기로 했다.
550달러나 되는 비싼 가격이었지만 20% 할인을 받는다면 440달러에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었다. 더구나 A씨가 그동안 적립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았던 50달러의 포인트(적립금)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면세점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것오 A씨에겐 반가운 일이었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인 400달러도 넘지 않고, 카메라 가격도 160달러나 할인을 받으니 A씨로서는 딸에게 생색도 내고, 가격 부담도 덜고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A씨는 출장을 마친 후,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세관당국이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것이다.
A씨가 400달러 이하이면 여행자 휴대품 면세가 되지 않냐고 항의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세관은 A씨가 신용카드로 할인을 받아 결제한 것은 인정해주지만 포인트(적립금)로 할인받은 것은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현행법상 관세와 부가세를 부과할 때는 거래가격, 즉 물건을 구매한 가격에 부과하지만 물건을 살 때 할인받은 가격 모두를 거래가격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A씨는 바로 이 점을 간과한 것이다.
세관은 가격할인을 증명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거래가격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면세점의 VIP 카드 할인이나 신용카드 제휴 할인, 면세점 정규세일, 다량구매 할인 등이다.
하지만 구매자가 과거에 다른 물건을 구매할 때 받은 포인트나 적립금, 사은권이나 쿠폰 등은 세관에서는 엄연한 '할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A씨가 받은 신용카드 제휴로 혜택을 받은 110달러의 할인가격에 대해선 인정이 되지만, 포인트(적립금) 50달러는 인정을 받지 못해 카메라를 440달러에 산 것이 돼 버린 셈이다.
세관 관계자는 "면세점에서 구매한 여행자 휴대품의 경우 구매가격을 거래가격으로 봐서 관세를 부과한다"며 "원칙적으로 가격할인을 증명할 수 있는 할인은 인정해주지만 종전 거래에서 발생한 신용채권에 의한 할인은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