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과도한 영향력에 금융 개혁 칼 정조준

이사회 기능 강화…CEO 과도한 영향력 제동
경영진 보수 공개로 기업의 투명성 제고 추진
금산 분리 강화…은행 지분 한도 4% 회귀되나

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금융정책은 크게 6가지. 창조 금융 구현을 비롯해 금융회사 선진화, 가계 부채 해결, 금융 소비자 보호, 안전한 금융거래 구축, 불공정 거래 근절이다.

이 중 금융권의 눈과 귀가 가장 쏠려있는 곳은 단연 금융회사 지배 구조의 개혁이다.

금융권 인사를 포함해 조직 개편 문제, 임금체계 등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금융회사 지배 구조 혁신 TF를 열고 올해 '금융회사의 지배 구조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 외부 감시를 통해 국내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금융회사 지배 구조의 선진화는 '튼튼한 금융'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CEO, 경영진, 사외 이사가 책임을 분담하고 외부 통제를 강화해 시장이 금융회사 지배 구조를 감시하는 관행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외부 통제 강화, 경영진 보수 투명 공개 필요 = 금융회사는 일반 기업보다 차입금 비중이 높고, 경영 실패가 주주의 손실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또 예금자와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정부의 예금보험제도에 의해 암묵적 보호를 받으며, 시장 규율(Market discipline)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09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금융회사 지배 구조에 대해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새 정부는 금융회사 지배 구조를 전면 개편,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면서 경영진 보수를 투명하게 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신제윤 위원장 주재로 '금융회사 지배 구조 선진화' 첫 회의를 열였다.

향후 방안에 따르면 이사회는 의무적으로 사외 이사를 과반수 선임하고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또 보수 총액뿐 아니라 성과급, 이연 지급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한다. CEO의 과도한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임원 임면(任免) 시 이사회 의결도 의무화된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실장(선임연구위원)은 "개별 직원의 보수 체계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경영진의 보수 공개가 기업의 투명성 제고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공개가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등기 임원뿐 아니라 미국처럼 주요 포지션(CXO)의 보수를 모두 공개할 필요가 있으며, 추후 지급되는 성과급과 스톡옵션(stock option)까지 모두 공시해야 실효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주주 적격성 3단계 심사, 전 금융권 확대 =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강화된다. 현재 은행과 저축은행은 3단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보험이나 증권 등은 제외된다. 앞으로 정부는 이를 전(全) 금융권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1단계는 금융회사 인허가 시, 2단계는 대주주 변경 승인 시, 3단계는 사후 유지 시 자격 심사가 이뤄진다.

현행 은행은 6개월마다, 저축은행은 2년마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저축은행은 1년마다 자격 심사가 실시되고 있다.

아울러 금산(金産) 분리가 강화된다. 은행 계열이 아닌 산업자본들이 보유한 은행의 지분을 더 낮추도록 하는 것. 현행 보유 한도는 9%(의결권 포함 시 10%)로, 향후 더 낮아질 것이나 비율은 추후 논의될 방침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는 이명박 정부에서 2배 가까이 상향 조정을 했다. 이는 해외 투자자가 한국 금융회사에 투자를 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금산 분리 정책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정부 당국 관계자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다시 과거의 4%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들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