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반 국민들이 부동산 등기시 반드시 매입해야 하는 준조세 성격의 '제1종 국민주택채권'의 발행금리를 현행보다 0.25%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주택구입자들의 경우 부동산 등기시 매입한 고액의 국민주택채권을 발행금리보다 높은 유통금리를 기준으로 매입 즉시 손해를 보고 시장에 판매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행금리 인하로 주택구입자들의 채권매입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30일 제1종 국민주택채권 발행금리를 다음달 1일부터 현행 연 2.5%에서 연 2.2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주택채권이란 저소득 가구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한 국민주택기금의 주요 재원으로서, 주택구입자 등이 부동산 등기, 각종 인허가 등을 할 경우에 무조건적으로 매입해야하는 준조세 성격의 채권이다.
일반 국민들도 주택을 구입하고 등기할 때에는 반드시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다만 1종과 2종으로 나뉘는 국민주택채권의 경우 모두 만기에 원리금을 일시 상환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주택구입자들은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고 원리금을 상환받지 않는다. 당장 집값으로 상당한 금액을 치르고 현금이 모자란 마당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국민주택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주택구입자들 대부분은 부동산 등기시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한 즉시, 발행금리보다 상당히 높은 시장 유통금리가 적용된 더 낮은 가격으로 손해를 보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4월말 기준 1종 국민주택채권의 시장 유통금리는 2.69%로서, 주택구입자들은 집을 사자마자 발행금리인 2.5%와의 차이만큼 손해를 보고 국민주택채권을 되파는 실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주택채권 발행금리가 2.25%로 인하되면 시장 유통금리와 발행금리의 차이가 더욱 커짐에 따라, 주택구입자들의 손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시가 3억8000만원 가량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1000만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해야 하는데, 현행 2.5% 발행금리에서는 주택구입자가 유통금리와의 차이인 약 16만원의 손해를 보고 국민주택채권을 시장에 되팔아야 한다.
하지만 발행금리가 2.25%로 인하될 경우에는 유통금리와의 차이가 더욱 커져 국민주택채권 매매로 입는 손해가 28만원으로 12만원 가량 늘어난다.
이처럼 주택구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데도 정부가 굳이 발행금리를 인하한 이유는 최근 국민주택채권의 시장 유통금리가 급속도로 낮아짐에 따라, 발행금리와 유통금리가 역전되는 기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만약 시장금리와 발행금리가 역전될 경우 주택구입자들이 국민주택채권을 구입하고 되팔 경우 오히려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준조세 성격의 국민주택채권이 보조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종 국민주택채권의 시장 유통금리는 지난 2009년말 5.63%에서 2010년 4.45%, 2011년 3.82%, 2012년 3.1% 등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올해 4월말 기준으로는 2.69%까지 떨어진 상태다.
정부는 이번 금리인하로 주택구입자들의 손해는 다소 늘어날 전망이지만, 국민주택기금 조달금리가 낮아지면 시중금리 등을 고려해 서민들의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금리 인하도 검토할 계획이어서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현재 내부적으로 서민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금리 인하를 결정한 상태며, 금리인하의 시기와 수준을 놓고 저울질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발행금리 인하의 가장 큰 목적은 시장금리와의 역전을 막기 위함이며, 금리가 역전될 경우 국민주택채권이 준조세가 아닌 보조금으로 변할 수 있다"며 "금리인하 수준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택구입자 부담 증가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결정했고, 조만간 서민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금리도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