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수입 체납자 타게팅시스템, 금강산 물류시스템, 항만감시 원클릭시스템, 환적화물 감시시스템, 체납 모니터링시스템….
관세행정의 선진화는 물론 체납자의 효과적인 관리까지 관세행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뛰어난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정부가 사용하는 대개의 전산 프로그램이 그렇듯, 관세행정을 선진화시킨 이 프로그램도 민간기업에 외주를 의뢰해 제작을 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것은 민간기업이 아니다. 굵직굵직한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한 관세행정관이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직접 개발했다.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도 하기 힘들다는 프로그램 개발에 직접 나서 체납자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 외주개발비 수십억원도 아껴 세수확보를 몸소 실천한 부산본부세관의 최진영 관세행정관을 2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만났다.
□ 최고의 관세청 프로그래머 '최진영' = 관세청에 몸 담은지 30년째인 최 행정관은 그의 인생 자체가 관세로 시작해 관세로 끝나는 '관세맨'이라고 할 수 있다.
잘 나가는 프로그래머들도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까지 걸리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관세맨'으로 살아온 최 행정관이었기에 현장에서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절실하게 느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최근 개발한 '우회수입 체납자 타게팅시스템'이다. 이 프로그램은 악성 체납자가 고의로 폐업한 후 가족 등 제3자의 명의로 개업해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를 잡아내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최 행정관은 이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연말 폐업 후 외국을 자주 드나들던 출입국 체납자가 자녀 명의로 개업해 무역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적발했던 일을 발판 삼아 개발했다.
이 시스템에는 수출입통관, 외환거래, 국세청 세적, 출입국 내역 등 관세청 내외부 자료가 통합 D/B화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체납자 본인과 주변인물의 경제활동 이력을 정밀분석, 폐업한 체납자를 대리해 개업하거나 명의 대여한 사업자를 추적할 수 있다.
최 행정관이 만든 프로그램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05년 속초세관에 근무할 때는 '금강산 물류시스템'을 개발, 금강산 육로를 이용한 남북교역 물품 육로통관 업무를 수작업에서 100% 전산화했다.
2006년에는 부산항을 입출항하는 선박의 입항부터 출항까지의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항만감시 원클릭시스템'을 개발해항만을 통한 불법물품 반입 차단, 외국 무역선의 무단 입출항 행위 근절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07년에는 '환적화물 감시시스템'을 개발해 우범화물 선별과 추적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됐고 '선용품 동향감시시스템' 개발을 통해 면세유 부정유출을 적발하기도 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주요 타깃인 면세유 부정유출에 제동을 건 것이다. 최 행정관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만든 프로그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체납 모니터링시스템'과 '체납자 은닉재산 추적시스템', '체납 조기경보시스템'에 이어 '통합 세수관리시스템' 등을 개발해 부정·과다 환급을 막고 체납 발생 예방을 통해 실시간 세수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최 행정관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모두 민간업체에 외주를 맡겼다면 프로그램당 3억~5억원의 개발비가 국민들이 낸 세금에서 빠져나갔을 터였다.
프로그램을 통한 세수확보는 물론 프로그램도 자체 개발해 국민들의 혈세를 아낀 최 행정관이야말로 관세청 최고의 '세수확보 선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 "'바쁜 아빠'지만…관세역사에 기억 되고파" = 프로그램을 하나 개발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과 더불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시스템 개발 자체의 어려움도 크지만 각각의 업무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사용자에게 유용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스트레스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최 행정관은 프로그램 개발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세관 체납관리과에서 행정업무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빠듯한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밥먹듯이 해야하기 때문에 집안에서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는 힘들지만 오히려 아내와 딸들이 바쁜 자신을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최 행정관은 "평일에는 대개 늦게까지 야근하고, 주말에도 현재 운용 중인 시스템 유지·관리, 새로운 시스템 개발 등을 위해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가족들이 섭섭해 하기 보다는 오히려 내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스트레스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다"며 "직원들이 내가 직접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훌륭한 성과를 창출할 때면 행복지수가 상승하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지나도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열정이 식을 줄 모르는최 행정관은 올해로 관세청에 들어온지 30년을 맞아 작은 힘이나마 관세행정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런 열정이 오늘의 최 행정관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최 행정관은 "올해로 관세청에 들어온지 30년째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자는 신념으로 직장생활을 계속해왔다"며 "앞으로도 오랜 기간의 현장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힘이나마 관세행정 발전에 보탬이 돼 선·후배, 동료들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약력]
▲1964년 ▲국립세무대학 관세학과 ▲8급 특채
▲부산세관 감시관실, 동래세관 수입과, 마산세관, 평택세관, 부산세관 체납관리과(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