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근로장려금 '부정수급' 5600건 적발-48억 환수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근로장려제세(EITC)는 기본적으로 저소득층 '소득지원' 성격이 강하다.
저소득근로자들이 비록 세금을 많이 내지 않지만, 모든 근로자로부터 걷어 들인 소득세 일부가 환급형태로 지원되는 구조. 세금을 징수하는 과세당국 입장에선 '마이너스 소득세'로 지칭할 만하다.
하지만 이 같은 취지가 무색하게, 상당한 소득과 재산을 보유하고도 이를 고의로 소득을 숨겨 근로장려금을 타는 '얌체족'들이 상당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해외여행에 고가 음식점을 드나드는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지원금 몇 십만원을 받기 위해 양심을 팔았다.
2일 국세청에 따르면 작년 한해 총 75만2000가구에 총 6140억원의 근로장려금이 지급됐다. 가구당 평균 82만원의 근로장려금이 지급된 셈이다.
국세청은 당초 90만2000명에게 신청안내서를 보냈고, 사후신청자를 포함해 총 93만명 정도로부터 근로장려금 신청을 받았다. 이 중 실제로 근로장려금이 지급된 비율은 80%(75만2000명)이다. 바꿔 말한다면 전체 신청자 중 20%가 고의 또는 실수로 신청을 잘못했다는 얘기다.
국세청은 작년 한해 사후검증 절차를 밟아 5600건의 부당수취 사례를 적발해 총 48억원을 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먹고 살만한 상황인데도 고의로 근로장려금을 받은 케이스도 상당히 많았다.
가장 빈번한 부정행위는 부모로부터 독립한 것처럼 주소지를 분리시켜 놓고 실제로는 같이 사는 경우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민등록 상 별도 세대로 등록됐더라도 생계를 같이하는 부모는 동일 세대로 간주돼 재산이 결정되기 때문에 신중히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부모 소유 아파트에 무상으로 거주하면서 전세금을 누락하거나 상가건물 임차보증금을 숨기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 배우자 소득을 숨긴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특히 부정수급자 가운데 강남거주자 등 부유층 가구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근로장려금 사후검증 과정에서 일부 강남거주자는 물론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등 소비 지출액이 연간 1억원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다"며 "해외여행, 고가음식점 등을 왕래한 사례도 나타나 이들로부터 근로장려금을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세청은 이런 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사전·사후검증을 강화할 방침이다. 근로장려금 신청안내문을 보내기 전에 최대한 정확하게 소득을 파악하고, 신청을 받은 뒤에도 금융재산 등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자 연말정산과 달리 근로장려금 부정수급자들에 대한 별도의 가산세 등 범칙규정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근로장려금 지원대상이 주로 저소득층인 만큼, 고의가 아닌 실수로 잘못 받았을 때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근로장려금 부정수급자에 대한 별도의 가산세 패널티 규정은 없다"며 "지원금액을 환수하고 그 기간 이자 상당금액을 더 받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 같은 미미한 처벌규정이 일부 고소득층의 근로장려금 부정수급 유인이 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후검증을 통해 근로장려금 신청에 고의성이 다분한지 단순 실수인지 여부는 자체적으로 충분히 판단이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
세금을 더 걷어들여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렵게 걷어들인 세금이 부정수급자들에게 허투루 쓰이는 것을 줄이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