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학계 총출동…6~7개 TF 동시 가동 '눈길'
관계 부처와 업계 등 이해관계 맞물려 조율 난항
새 정부의 금융정책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TF(task force)를 총 가동 중이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특정한 이슈나 문제가 생겼을 때 TF를 구성,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해결책을 모색했으나 최근에는 6~7개가 한꺼번에 운영되며 분주한 모습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국정 과제 중 상당 부분이 금융정책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을 뿐 아니라 정부 부처와 금융 당국, 금융계 간 의견 공유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부처나 업계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만큼 진전이 어려워, 자칫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는 관계자가 관여를 자제해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참여중인 민간 위원들도 각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아 조율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우선 지난달 초 정찬우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국민행복기금 TF' 회의는 서민층의 빚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대표 정책이다.
채무 조정 비율과 취업·창업 제도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교육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문화체육관광부·국세청 등이 참여중이다.
금융권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지배 구조 선진화 TF'이다. 지난달 19일 신제윤 위원장 주재로 1차 회의가 열린 가운데, 박경서 고려대학교 교수·박창섭 SC제일펀드서비스 대표이사·박영석 서강대 교수·양일수 삼일회계법인 전무이사·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송옥렬 서울대 교수·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 등이 참여한다.
신제윤 위원장은 "금융회사 지배 구조에 관한 외부 통제를 보다 강화해 시장의 감시에 따른 관행 개선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지배 구조 선진화는 금융권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2000년대 초반 도입된 금융지주회사가 경영진의 권력 남용 등 부작용을 유발하고 사외 이사 역시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오랜 기간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어 지난 30일에는 '정책금융 체계 개편 TF'와 '금융 전산 보안 TF'가 동시에 열렸다.
정책금융 TF에는 신진영 연세대 교수, 안덕근 서울대 교수, 강경훈 동국대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현행 정책금융 업무가 중복되는 기관이 통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前) 정부에서 추진한 KDB산업은행의 민영화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 전산 보안 TF는 올해 3월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사이버 테러를 계기로 마련됐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뱅킹 이용자가 늘면서 개인 금융거래 정보의 유출이 금융 범죄에 악용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금융위는 보안 관련 예산과 인력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며 만일 관리가 허술한 사실이 적발되면 금융회사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할 계획이다.
'금융 감독 체계 개편 TF'와 '우리금융 민영화 TF'도 가동중이다. 이들 TF는 정부와 금융 당국이 아닌 민간 위원들 주도로 운영된다.
특히 금융 감독 체계는 금감원의 조직 개편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만큼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금융 소비자의 보호에 대한 요구가 사회적으로 커지면서 현재 금감원 내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독립시키자는 것이 최근 논의의 주요쟁점.
만일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독립되면 금감원은 13년 만에 조직 대수술을 받게 된다.
TF 핵심 관계자는 "금감원과 금소처를 분리하자는 의견과 분리하지 말자는 의견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아직 어느 쪽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가닥을 잡지 못했다"고 전했다.
우리금융 민영화 역시 신제윤 위원장이 "직(職)을 걸고 이루겠다"고 말한 만큼 이번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
외환 위기 당시 투입된 공적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은 절실하나 시장에서 매각이 어려울 경우 경영권 일괄 매각뿐 아니라 분산 매각이나 자회사 분리 매각 등 대안이 필요하다.
이밖에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 해외 진출 특별 팀과 중소기업 인수 합병(M&A) TF, 저축은행 발전 TF 등을 꾸렸다.
금융 위기 이후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금융권은 아시아 신흥국가를 상대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대형 자산운용사 사장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