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편의점가맹점협 등 시민단체 "경제민주화 입에 담지도 마라"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보호하는 프랜차이즈법(가맹사업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되자,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8일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갑의 위치라 절박하지 않다", "'경제민주화'를 입에 담지도 마라"고 비판하며 관련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특히, 최근 남양유업 사태로 '갑의 횡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날로 비등해지는 가운데, 관련 법안이 해당 상임위인 정무위를 통과했음에도 법사위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로 인해 가로막혔다. 또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FIU법 연계를 이유로 프랜차이즈법을 비롯한 4개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한 4월 임시국회 처리를 반대해 6월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매출 부진과 과도한 본사의 요구로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을'들에겐 '절박한' 법안이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 가맹점주들이 얼마더 더 고통을 참아야 하느냐"며 "가맹사업법 개정안 처리만 열망하던 전국 수십만 가맹점주들과 국민들은 절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6일 정무위를 통과한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가맹점주들에게 온갖 불공정행위 및 불공정계약관계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이라며 "가맹사업법은 국회 상임위 정무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는데, 항상 그랬듯이, 또다시 새누리당 법사위 의원들의 몽니에 의해 법사위에서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하고 회기를 종료했다"고 힐난했다.
이들은 "최근 우리사회는 편의점주와 골목슈퍼 주인 등 한달 새 4명의 중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자살하는 소식을 접하며 재벌·대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며 소시민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아넣는가를 몸서리치게 목도했고, '우리 사회가 결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점'을 또 깨닫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양유업 직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극단적인 폭언이 공개되면서 편의점주들과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발주 중단을 잇달아 선언하며 비정상적 갑을관계의 종속관계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며 "이는 비단 남양유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을'의 지위로 전락한 대다수 국민들의 문제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고 국민들의 공분과 저항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경제적 약자 보호, 경제민주화 공약 실현' 구호를 외치며 전국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겠다 공약했으나, 임기를 시작한지 불과 2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재벌·대기업들의 못살겠다는 엄살과 은근한 협박에 재벌·대기업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들은 "그에 따라 국회에서 경제민주화관련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거나 내용이 후퇴하고 있다. 이 전 과정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인 새누리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들은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남양유업 사태를 빚은 대리점 특약점에 대해서도 "대기업 본사의 불공정과 횡포를 막는 법안을 즉시 국회에 제출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새누리당과 정부는 절박하지 않을 것이다.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법안을 두고 앞서가지 말라고 한 것과 경제5단체가 새누리당에 와서 엄살을 피우자,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갑자기 밀려났다. 새누리당은 비겁하게 정무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법사위에서 발목 잡는 행태를 보였다. 큰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거듭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