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반발 성명…법사위원장 박영선 "배후는 새누리 원내지도부"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등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처리가 무산되면서 법사위 '월권'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간 논쟁에 이어 새누리당과 민주당간에도 감정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법사위가 제동을 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지난 6일 정무위가 통과시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보호법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법안 등 4개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안이다.
정무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법사위 회부 5일 경과 후 상정'이라는 규정에 막혀 처리가 안됐고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환경노동위에서 통과된 원안보다 대폭 수정되어 처리됐다.
■ 환노위·정무위 "법사위 월권"…법사위 "억지주장" = 이에 대해 국회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전날(8일) 법사위에서 대폭 수정된데 대해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비난하며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법사위가 임의대로 법률안 내용을 바꾸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법사위의 권한을 차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당초 환노위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은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중대한 피해를 일으킨 업체에 대해 '기업 매출액의 10% 이하'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기업이 아닌) 개별 사업장 매출액의 5% 이하'로 처벌이 완화됐다.
또한, 법사위는 단일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과징금은 매출액의 2.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고쳤다. 업무상 과실로 사상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3년 이상의 금고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인 원안을 '10년 이하의 금고나 2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수정해 통과시켰다.
환노위원들의 반발에 대해 법사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국회법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한 억지 주장"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 원안은 헌법체계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해당 법안 수정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 범위 내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환노위원 외에도 정무위를 통과한 프랜차이즈법,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법, 하도급법 등도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통과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법사위가 상원이냐"며 "상임위가 통과시킨 것을 발목을 잡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 여야 격돌, 박영선 "배후는 새누리 원내지도부" VS 권성동 "소신에 따른 판단" = 각 상임위들의 '법사위 월권' 비판이 제기되자,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9일 그 책임과 배후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과 법사위원들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날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월권내지는 배후조정, 혹은 이중성 때문에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주로 경제민주화와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법들인데, 이 법들이 해당 상임위에서는 여야합의로 처리가 돼서 법사위에 와서는 새누리당 법사위 간사와 위원들이 반대하거나 상정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며 꼬집었다.
그는 "정무위를 통과한 법들은 법사위에 오면 경과 5일 규정이 있는데, 이 기간이 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상정을 할 수가 없었다"며 "그 법을 상정하려면 여야 원내대표 간에 합의를 해야 하는데, 이한구 대표가 반대를 했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7일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와의 회담에서 FIU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와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경제민주화 법안의 연계처리를 거듭 주장해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으니 해당상임위에서는 이 법을 (통과)하는 척하고, 법사위에 와서는 실질적으로 재벌이나 대기업들의 로비에 의해 법사위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를 한다는 가정이 있을 수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원내지도부 배후설'에 대해 "원내 지도부와의 교감 없이 법사위원들이 각자 소신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법사위 월권 논란에 대해 "헌법 체계 위반 및 다른 법과의 충돌 여부 등을 심사하는 것은 법사위의 고유권한"이라며 "법사위를 거수기로 전락시키려 한다면 차라리 타 상임위 법안들에 대한 심사권 자체를 폐지하라"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