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키코계약, '갑의 횡포' 아니다"
아이테스트 "법원 판결에 씨티 측 반응 넌센스"
한국씨티은행이 키코(KIKO) 계약은 기업의 지원 요청에 따라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갑의 횡포'가 아니라며 불끈하고 나섰다.
이는 씨티은행이 "법원에서 키코피해 기업인 원고 측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며 항소 의지를 밝히며 나온 항변이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최승록)는 반도체 제조업체 아이테스트에서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은행이 '키코 계약을 즉시 청산하지 않으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원고를 압박하며 조기 청산을 강요해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로 인한 손해 80억여원과 키코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데 따른 109억원 등 189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0일 씨티은행 측은 이례적으로 이번 판결과 관련해 자료를 내고 "은행 입장에서는 키코 계약을 청산하든 계약을 유지하든 이에 따른 득실이 생기지 않는다"며 "굳이 청산을 위해 대출을 유도한 하등의 동기가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씨티은행 측은 "기업의 지원 요청에 따라 자금을 지원한 은행에 대해 '갑의 횡포'라고 할 수 없다"며 항소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씨티은행은 아이테스트 측으로부터 온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며 "아이테스트가 여신 지원을 요청하면서 먼저 전제조건으로 소송을 취하하고 향후 소송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실제 씨티은행에서 공개한 이메일을 보면 당시 아이테스트 소송팀장이 씨티은행 측에 '씨티은행과 당사는 통화옵션거래 관련 분쟁을 서로 원만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현재 합의 내용대로 모두 진행되었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더불어 씨티은행 측은 "아이테스트가 자사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키코 계약을 청산한 것이며 당행에서 청산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아이테스트 측은 법원 판결에 대한 씨티은행 측의 감정적 대응이 '넌센스'라는 입장이다.
10일 아이테스트의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1년여 동안 끈 소송이었고 법원에서 이메일, 녹취록 등 관련 자료를 모두 검토하고 내린 결론이다"며 "법원이 내린 판결에 대해 씨티은행 측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다소 넌센스다"고 꼬집었다.
또 이 관계자는 씨티은행 측에서 청산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1년 매출이 800억원 정도를 내는 회사에서 키코계약으로 2년여간 씨티은행을 포함해 374억원의 손실을 냈다"며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 은행 측의 제안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를 불투명한 상황이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