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공업계 3~4위를 달리던 남양유업이 '직원 폭언'과 '밀어내기'로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남양유업은 한 때 포털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온 국민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본사 직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폭언사건과 밀어내기에 대한 지탄이 쏟아지고 골목상권연합회 등에서 전국적인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하자 부랴부랴 지난 9일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사원리스크, 임원리스크, 오너리스크의 3가지 리스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보는 사람들의 공분을 살만했다.
남양유업 본사가 들어 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대일빌딩에는 지난 1월 중순부터 대리점주들의 밀어내기에 대한 항의가 벌어졌다.
대리점주들이 무려 넉달 가까이 남양유업 본사 사옥앞 인도에 밀어내기 제품을 내다버리며 항의를 했지만 마이동풍이던 남양유업은 직원 폭언 사건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그때서야 '상생'을 외치고 나섰다.
사원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탓에 사원에 의한 리스크가 그대로 경영에 반영됐다. 직원 폭언 사건이 터지자 여론은 급격하게 악화됐고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이 회사 제품의 판매량이 20%이상 줄어들었다.
다음으론 임원리스크도 남영유업의 사태악화에 기여했다. 대리점주들이 넉달 가까이 본사 건물 앞에서 항의를 했지만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것이 적극적 임원리스크라면 남영유업의 임원은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도 모른채 한 소극적 임원리스크라 할 수 있다. 본사 건물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항의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남양유업이 직원 폭언과 밀어내기로 물의를 빚자 언론들이 일제히 취재에 나서고 있다.
남양유업의 9일 기자회견을 보면 임원리스크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 경영진은 이날 '밀어내기를 인지하거나 지시하지 않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본사에서 밀어내기의 정황을 보고 받거나 인지한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일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임원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밀어내기로 인한 비난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임원들이 아직까지 회사에 닥쳐 있는 리스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임원리스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오너인 홍원식 회장의 주식 매각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남양유업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이 보유주식을 13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한 것과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인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홍 회장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보유주식 6538주를 총 13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해 7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회사가 어려울 때에 오너가 주식을 사들여도 투자자 신뢰를 얻기 힘든 마당에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다.
홍 회장이 주식을 매각한 기간은 남양유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고소가 있었던 지난달 2일과 욕설 관련 녹취가 공개됐던 이달 3일 사이로 확인됐다.
사원리스크와 임원리스크에 못지 않게 오너리스크가 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회사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 오너가 자신의 이익만을 꾀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
특히 홍 회장의 이번 주식 매각은 지난 2009년 6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라 증권가에서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판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돌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홍 회장의 매도가 회사 내부의 특정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 회피를 목적으로 주식을 매각한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며 "해당 건의 미공개 정보 이용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의 재무제표에는 이같은 사원리스크, 임원리스크, 오너리스크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남양유업 파문은 국민연금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남양유업은 주당 100만원 상당의 주식으로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남양유업 지분은 4월말 현재 5.4%에 달한다.
이 중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투자한 지분은 0.36%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대부분 지분 5.04%는 외부의 위탁운용사를 통해 확보했다.
리스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기업에 투자해 발생하는 손실은 결국 국민들이 받는 연금을 축내는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은 기업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회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