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채 GDP의 122%…'위험' 수준 추월
한국, 가계부채 이어 기업부채도 '빨간불'
오는 2017년 한국 비금융권 기업들의 부채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22% 수준까지 올라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9일 '신용의 먹구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13∼2017년 5년간 은행 대출, 회사채 발행을 포함해 한국 비금융권 기업의 신규·재융자 부채가 1조6천480억달러(약 1천8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신규 부채는 6천470억달러로, 2012년 9월 기준 1조3천550억달러였던 비금융권 기업의 총 부채는 2017년 1조9천8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2012년 9월 기준으로 GDP 대비 115%였던 한국 기업 부채는 2017년에는 122%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상 기업 부채는 GDP 대비 90% 선을 넘으면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P에 따르면 2007∼2008년 90%대에 머물렀던 한국의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2009년 120%를 상회했다가 2010∼2011년 연속으로 떨어졌으나 100% 밑으로는 내려가지 못했다.
한국 기업들의 이 비율은 2012년 9월 기준 아시아·태평양 주요 10개국 가운데 홍콩(174%), 중국(134%), 말레이시아(130%)에 이어 4번째로, 아태 지역 평균(100%)보다 높았다.
S&P는 "한국 기업들은 이미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라며 "이 비율은 2017년이면 2009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S&P는 중국의 기업 부채가 2017년 GDP의 150%를 상회할 것으로 점쳐지는 등 가장 위험한 수준이라며 "한국의 2017년 부채 예상치는 여전히 중국의 지난해 부채(134%) 수준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 부채는 가계 부채에 비해 크게 신경쓸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을 고려하면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의 비중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전년 대비 상승해 각각 28.5%, 37%에 이르렀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비율이므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평균 차입금 의존도(총 자산 대비 차입금) 역시 대기업이 25.0%, 중소기업이 25.2%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씩 증가해 재무 안정성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량 기업은 금리가 낮은 상황이므로 큰 무리가 없다"며 "그러나 엔저, 내수 침체 등 대내외 환경 악화로 실적 개선 여지가 적은 상황이므로 재무 상태가 안 좋은 기업은 업황 악화나 금리 인상 때 안 좋은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