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30명, 조작설 '음모론'…"로또 아닌 또또복권?"

814만분의 1.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로또 1등 당첨의 행운을 거머쥘 수 있는 확률이다.

하지만 지난 2004년 8월부터 로또 1게임 판매금액이 기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아지며, 1등 당첨자들이 매회 10여명 가량씩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로또 1등 당첨자가 없어 몇백억원의 당첨금이 다음 회차로 이월되는 경우도 자주 있었지만, 판매금액이 1000원으로 인하된 이후에는 매주 1등 당첨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로또 추첨이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로또복권 추첨 의혹이 지난 주말 드디어 폭발했다. 지난 18일 제546회 로또복권 추첨결과 1등 당첨자가 무려 30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546회 로또 1등 번호는 8, 17, 20, 27, 37, 43 및 보너스번호 6번으로 추첨됐다. 하지만 이날 추첨결과 한 주에 당첨번호 3개를 맞춰 5000원에 불과한 5등 당첨금도 받기 어려운 로또복권에서 1등 당첨자가 30명이나 배출됐다.

총 121억7819만8500원의 1등 당첨금도 30명이 나눠 갖게 돼, 1등 당첨자 1인당 수령할 당첨금이 4억593만995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등 당첨자가 대폭 늘어나자 그동안 제기됐던 로또복권 추첨 조작 의혹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로또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평생 한번도 당첨되기 힘든 1등이 한주에 30명이나 당첨됐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에 사는 한 직장인은 "매주 1만원씩 로또복권을 사는데 나는 물론 주변에도 당첨자를 1명도 보지 못했다"며 "그동안 매주 10여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 솔직히 조작된 것 아니냐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1등 당첨자가 30명이나 나온 것을 보면 조작하지 않고서는 힘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이번 546회 로또복권의 경우 부산의 특정 복권판매점에서 10명의 1등 당첨자가 나와 조작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부산의 한 판매점에서 1명의 구입자가 같은 번호로 로또복권 10장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로또복권 추첨결과에 대해 기재부는 당첨조작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이미 지난 2009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전문가를 동원해 복권시스템을 검증한 결과 당첨조작 가능성은 현실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복권위 관계자는 "당첨자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추첨방송이 끝나는 토요일 오후 8시45분부터 9시까지 메인시스템, 백업시스템, 제1감사시스템, 제2감사시스템 등에 동시에 접속해 자료를 위·변조해야 한다"며 "복권 발매기로 실물티켓을 인쇄하는 한편, 추첨 보고서까지 조작해야 가능한 상황이므로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재부 복권위에 따르면 여러 명의 1등 당첨자가 한꺼번에 발생할 확률은 적지만, 과거 국내외에서 이번 추첨과 비슷한 중복당첨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경우 지난 1997년 134명, 일본의 경우 2005년 167명이 복권 1등에 동시에 당첨됐고,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4월26일 추첨된 제21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23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온 적이 있었다.

동일인의 1등 중복 당첨도 이번 회차처럼 10건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만 이미 지난 2009년 3월7일 5건, 2011년 12월31일 5건 등으로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