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바젤Ⅲ 대비 몇몇 은행, 자기자본비율 높여야"
은행권 "이미 안정권…中企 대출 하려면 BIS 비율 낮춰야"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놓고 은행들이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BIS 비율'이 높으면 은행이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대로 위험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뜻이된다.
BIS 비율의 적정 수준을 정하는 바젤위원회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각국 은행들이 이를 높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은행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으면 일반 예금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이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는 현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도록 요구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BIS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BIS비율, 국내은행 '이상 無' = 'BIS자기자본비율'이란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이 정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은행이 공기업 등 위험가중치가 낮은 곳에 대출을 대주면 BIS비율에는 크게 영향이 없지만 중소기업 등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곳에 대출을 늘리면 비율은 낮아진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14.75%로 국제기준인 바젤Ⅱ에서 제시하는 최소 선인 8%를 상회하는 상황.
또 지방은행 및 특수은행을 포함, 국내 18개 은행들은 모두 경영실태평가 1등급 기준(BIS비율 10% 이상)을 충족하고 있다.
은행권 및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국내 은행들의 BIS비율이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BIS비율 뿐 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자본의 질이 좋다"며 "외국의 경우 부채로 계상돼야 하는 부분이 자본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 "바젤Ⅲ 도입 미리 대비해야" = 자기자본비율의 적정성을 놓고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의 시각차는 뚜렷해 보인다.
은행 측은 이미 안정권에 들어선 BIS비율을 더 높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금감원 내에선 언젠간 도입될 바젤Ⅲ에 대비해 몇몇 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율을 조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젤Ⅲ가 제시하는 자기자본비율은 10.5~13% 수준. 국내은행들의 전체 평균은 14%이지만 지방은행과 특수은행 가운데는 해당 기준에 못 미치는 곳들이 존재하고 있다.
바젤Ⅲ는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도입이 무기한 연기됐지만 금감원은 우리나라가 해당 규제 도입을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는 바젤Ⅲ 관련 합의를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이끌어낸 만큼 우리나라가 해당규제 도입을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바젤Ⅲ는 언젠가는 도입될 것"이라며 "BIS비율은 원한다고 곧바로 올라가는 지표가 아니어서 중장기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사항"이라고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은행들 중 SC(스탠다드차타드), 씨티은행을 제외하고는 BIS비율이 높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아직도 낮다고 생각되는 은행들이 더러 있는데 이들은 비율을 올리게 유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SC와 씨티은행의 BIS비율은 각각 16.58%, 17.51%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 "정부공조 맞추려면 BIS는 낮아진다"…은행들의 항변 = 은행 업계에선 정부의 바람대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면 BIS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이 다른 곳보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건 사실"이라며 "중소기업 대출은 담보가 확실하지 않는 이상 BIS비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전체 대출의 60% 이상 돼야만 하는데 할당량을 채우다보면 BIS비율은 챙기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은행들의 본래 임무인 자금대출 수행을 위해서는 BIS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경제관련 연구원의 모 연구위원은 "높은 BIS비율을 유지하는 것은 은행들의 과대자본화(Over Capitalization)를 초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려면 은행의 자금을 묶어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기업 유동성 공급이라는 은행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