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세청은 일 잘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여기에는 '상명하복(上命下服)'으로 대표되는 수직적 조직문화도 한 몫 했습니다. 일이 차질 없이 한 방향으로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듯이 말이죠. 그런데 이제는 사회가 변했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국세청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선 또 다른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4월 경기·강원지역 세정사령탑으로 부임한 이종호 중부지방국세청장(사진)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진 인터뷰에서 30년 국세공무원 생활을 반추하며 이 같은 화두를 던졌다.
2만 국세공무원 중 국세청장을 제외하고는 단 4명(차장, 서울지방국세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부산지방국세청장)뿐인 1급 고위직 인사가 건넨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금은 의외의 말이었다.
그 스스로도 초임 사무관 시절부터 상급자로부터 수많은 업무지시를 내려 받았을 터. 하지만 이 중부국세청장의 '소신'은 뚜렷했다.
"조직문화 측면에서 좀 더 개방성이랄까. 소통과 수평적인 관계를 좀 더 확산시켜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강조하셨지만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을 강조하는 것도 기존 (공직사회) 수직적 질서가 수평적 질서로 바뀌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변화의 기류는 이미 국세청 내부적으로도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이 중부국세청장은 "조사파트 중심으로 운영됐던 조직이 향후 세원관리, 체납, 불복, 인사 등 국세청 운영 전반적인 부분에서 협업이 강조되며, 조직 관리도 좀 더 수평적으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던 국세청 고위직 인사들의 회의 장소도 과거 수직적인 직제문화를 대표하는 '일렬형'의 테이블에서 회의 참석자 모두가 동반자이자 협력자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원탁형' 테이블로 바뀌었다고 한다.
작은 부분이지만 국세청 조직문화에 조금 더 수평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전언. 평소 조직 구성원 사이의 '인화(人和)'를 중시했던 이 중부국세청장도 이 같은 조직문화 변화 움직임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몸소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청장-국장-과장-직원을 직급별로 나눠서 보기보다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일을 함께하는 팀 개념으로 봐야한다"며 "실무진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일을 보고, 청장 등 관리자는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역할이 다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제가 있는 동안에는 조약돌 하나를 쌓는다는 심정으로 각 분야마다 단 하나라도 조그마한 변화의 발걸음을 내딛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결국 이런 부분들이 조직문화를 바꾸고 투명성과 개방성을 높여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목표를 위해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사 예측 가능성 높이고, 지역 세원실태 분석 강화
이 중부국세청장은 부임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많다"라고 답하면서, 잠시 동안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이루고 싶은 목표가 많다는 얘기다.
그는 "우선 국세청 전체적인 목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복지재원을 잘 조달해야 된다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목표이자 당면과제로 가장 최우선적으로 해야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운을 뗐다.
이어 세수확보가 단순히 조사를 늘린다고 해서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조직 인사는 물론, 세원관리, 불복, 체납 등 직원들이 담당하는 모든 업무가 조화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중부국세청장은 "각 조직이 잘 돌아가게 하려면 직원들의 사기진작, 능력배양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며 "특히 인사 분야에 있어서 직원들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인사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세원관리 분야와 관련 "지난 1999년 기능별 조직개편 이후 세원실태 분석이 조사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약화된 부분이 있다"며 "중부국세청장 재직기간 기존 통계분석 자료 등을 모아 관내 세원실태를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 분야는 본청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투명성 제고 움직임을 고려, 토론식 보고를 중시하고 협업체제를 구축해 상호 소통을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이 중부국세청장의 설명이다.
그는 "조사결과는 향후 세원관리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조사 실적 등이 세원관리 파트로 피드백이 될 수 있도록 중부청 내 각 국간 소통과 협업체계로 구축, 칸막이를 없애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거듭 '협업'과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서민,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세무조사 걱정할 필요 없다"
이 중부국세청장은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 강화방향에 따른 시장의 공포 심리에 대해서도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세청이 앞으로 조사를 강화하려는 대상은 국부를 유출하는 역외탈세, 고리대부업 등 민생침해사범, 현금거래 중심의 고소득자영업자, 변칙거래로 조세를 회피하는 대재산가 등 이른바 '4대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부국세청장은 "인력 재배치를 통한 조사인력 확충은 결국 역외탈세 등 4대 분야에 조사를 집중하겠다는 뜻"이라며 "시장이 걱정하는 전방위적인 세무조사는 시간, 인력 등 물리적 여건상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제조업체나 수출기업 등은 오히려 예년보다 (조사)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기업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 임시국회에서 법안통과가 지연되면서 찬반양론이 대립 중인 이른바 'FIU법'(특정금융정보 보고와 이용에 관한 법률)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중부국세청장 "국세청이 현금거래정보를 본다고 하니 국민들 쌈짓돈까지 뒤지려고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고소득자영업자의 현금거래, 역외탈세 분야 등은 FIU가 보유한 금융정보 없이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FIU법 개정안도 원안에서 수정돼 굉장히 제한적으로 보도록 논의 중"이라며 "만약 금융정보를 열람한다고 해도 여러 통제장치가 있고, 정보요청 기록이 남기 때문에 감시 장치는 충분하다. 서민이나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조사대상도 아니고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