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휘선 관세사회장(사진)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FTA는 관세사 업계의 큰 수익영역이 아니라 '짐'으로 다가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논현동 관세사회관에서 가진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FTA는 수입업자에게 낮은 세율을 적용해 주지만 세율을 잘못 적용했을 때는 리스크가 커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관세사들이 FTA 양허세율을 적용 등 업무를 무상서비스로 가져가면서 잘못 적용을 했을 때는 변상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질이 됐다"며 "게다가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이뤄지면서 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예전에는 FTA를 활용해 비용을 얼마나 절감했고 수출을 얼마 증대시켰다는 것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이제는 실제 FTA효과를 검증할 시기가 왔다"며 "하지만 원산지 증명 발급 등이 너무 어렵다. 관련기관도 관세사들도 아직 준비가 안됐다. 되돌아 봐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Q. FTA가 '짐'이 된다고 하셨다. 대개는 FTA로 관세사들이 더 큰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왜 짐이 된다고 말했나.
= FTA는 양날의 칼이다. 잘 적용하면 무세율로 수입원가를 낮출 수 있어 기업에 득이 되지만, 잘 못 적용하면 세금추징 등으로 기업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수입업자에게는 어쨌든 무관세로 이익이 되지만, 적용받기 위한 업무는 우리의 몫이다. 여러 부대업무들이 많아진다. 법에서 정한 세금을 면제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와 서류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리스크 또한 커진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FTA협정관세 적용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업무수행에 따른 비용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변상문제로 인한 책임만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FTA가 우리 관세사들에게는 큰 수익사업이 아니라 짐으로 다가온 것이라 말한 것이다.
수출물품 원산지증명과 관련된 FTA컨설팅업무는 HS Code(품목분류)에 따라 원산지결정기준이 정해지고 원산지결정기준 중 대부분이 HS Code 변경기준이기 때문에 관세사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장평가가 인색하고 타자격사에 시장을 빼앗기는 문제도 있다. 이를 다시 되찾아 시장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Q. FTA 시장에서 기업들과 관세사들이 느끼는 '손톱 밑 가시'는 무엇인가. 또한 정부 지원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각 기관별로 FTA 컨설팅을 진행하지만 사후관리는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 기관별로 진행하는 컨설팅 등 중소기업 지원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 지원하고 사후관리도 제대로 했으면 한다. 정부도 예산을 쓰면서 하는 일인데 제대로 성과가 나야하지 않겠나. 관세사들이 FTA 품목분류에 대해서도 유일한 전문가다. FTA 확대를 위해선 관세사들이 할 일이 많다.
예전에는 FTA를 활용해 비용을 얼마나 절감했고 수출을 얼마 증대시켰다는 것에만 관심이 집중됐는데 이제는 FTA가 발효된지 1~2년이 지났으니 검증해야 할 시기가 왔다.
원산지증명을 해야 하지만 이를 발급하기가 너무 어렵다. 관련기관과 관세사들이 아직 준비가 안됐다. 이건 모두 반성해야 한다.
다만 원산지증명과 관련해 대기업들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것은 해결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완제품을 만들 때는 중소기업 등 하청업체에 일을 맡겨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1차, 2차, 3차 단계를 거칠 때마다 원산지증명 서류를 발급해야 한다. 그래야 최종적으로 완제품을 수출하는 대기업이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원산지증명 서류를 발급하는 중소기업들은 발급 비용은 들어가면서 아무런 혜택이 없다. 책임만 있을 뿐, 혜택이 없다. 이런 혜택이 밑에까지 내려가줘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이 있어야 FTA를 활용하지 않겠나. 원산지증명 발급은 현실성 있게 시장 위주로 접근해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Q. 업계의 덤핑이나 보수요율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하셨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우리가 얼마든지 FTA 시장을 확대해서 업무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과당경쟁, 제살 깎아먹기 관행이 이뤄지면서 업계가 무너지고 있다.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은 포워딩 회사들이 물량을 쥐고 덤핑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사도 세무사와 마찬가지로 사무장들이 자격증을 가진 관세사를 채용하는 명의대여 문제도 있다.
보수요율을 현실화하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가격인하 경쟁으로 서비스의 수준이 떨어지면 고객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고 우리도 생계유지가 어려운 현상이 있다.
Q.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보수요율이 적당하다고 보나.
= 관세는 수출입 통관 신고를 대신하는데 매건을 신고하기 때문에 보수요율을 가늠하기 어렵다. 세무사는 어느 정도 매출에 어느 정도 규모라고 한다면 업무량을 쉽게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관세사 업무는 그렇지가 않다.
수입물품이 다양하다 보니까 물품특성, 수입가격이나 품목수에 따라 업무량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무량, 업무난이도, 서비스범위에 따른 다양한 요율체계와 적정한 보수요율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Q. 덤핑문제 해결을 위해 회 차원에서 처벌을 내리는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나.
= 덤핑 부분에 대해 조사를 나갔는데, 막상 그곳에서 적은 돈을 받고도 남는다고 하면 조사하는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다. 관세사회 내에 윤리위원회라는 감사조직이 있다. 하지만 회원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대로 감사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관세사회와 별도의 감사조직을 만들어 독립적으로 활동하도록 보장해 감사 기능을 강화할 것이다.
Q. 업계가 자꾸 어렵다고 하시는데, 소득 랭킹을 보면 관세사가 상위권에 속한다. 일반 국민들이 이에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맞는 말이다. 항상 관세사들이 소득 상위에 오른다.
하지만 이것은 통계오류다. 그렇게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매출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의사나 변호사들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매출이 일어나고 또 인건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많지 않다. 변호사는 사무장 한 명, 의사는 간호사 두 명 정도만 고용하면 된다.
매출이 소득으로 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관세사는 매출이 연 3억원이라면 직원이 최소 5~6명은 필요하다. 남는 것은 월 300만~400만원 정도 밖에 안된다. 이것은 매출이지 소득이 아니다.
또한 관세사 업계도 양극화 되고 있다. 현재 등록 관세사가 1500명 정도 되는데 1인당 평균 매출이 월 3000만원이다.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대형법인들이 생겨서 개인사무소와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도 양극화 현상을 어떻게 완화할지가 큰 화두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상생위원회를 설치했고 대형법인은 서로 경쟁하는 한편 개인사무소는 관세사회 차원에서 지원하자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Q. 관세사는 항상 유망직종이라고 불리는데, 회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상황이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돌파구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
= 관세사들이 일한 만큼의 보수를 받기 위해선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충분히 돈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기 위해선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기업들이 신고를 잘못하면 가산세를 내거나 벌금을 내는 등 처벌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일들이 없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관세사의 역할이고, 역할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역할을 못하는 관세사들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관세법인들이 성장하는 것은 관세사들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개인사무소들은 대리신고 업무만 하니 보수가 점점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을 할 수도 있고 기장대리 시스템과 통관 프로그램을 고도화해서 실효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관세청에서 하고 있는 많은 업무를 관세사가 가져올 수 있다. 공무원들은 인원을 무한정 늘릴 수 없으니 관세사들이 그런 부분에서 역할을 한다면 윈-윈(wim-win)할 수 있을 것이다.
Q. 공약 중에 관세청과 관계개선을 하겠다는 부분이 있던데,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 관세청은 감독기관이기 때문에 정책적 동반자로서의 관계 형성이 어려웠다. 그동안은 관세청이 진행하는 정책에 우리가 호소하는 그런 관계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관세청과 윈-윈(wim-win)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정책제언자,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세청과 상설 정책협의회를 가지고 있고 현 정부와 관세청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손톱 밑 가시 제거’ 정책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회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를 관세청에 전달하려고 한다. 백운찬 관세청장이 이에 대한 관세사회의 적극적인 협조 의지를 알고 계시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관계가 될 것이다.
Q. 이런 일을 다 하시려면 회장 임기 2년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할 것 같다.
= 2년 동안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겠다고 마음먹고 들어와서 상황을 보니, 욕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2년 안에 무슨 성과를 내려고 하면 아무 것도 못하고 끝날 가능성이 많겠다는 소리를 들었다. 성과에 욕심내서는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후대 회장이 성과를 내도록 인프라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낫다.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데 우선을 두고 그 조직이 후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Q. 마지막으로 관세사회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현안들이 많아서 하루하루가 벅차게 흘러가고 있다. 일을 하면서 어떤 때는 좀 힘들어 지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힘을 얻을 때도 있지만 부끄럽지 않게 명예롭게 퇴진하겠다는 생각이 저를 끌어가고 있는 유일한 힘이다.
회원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서 관세사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제 사익을 위한 일은 하지 않겠다. 끝까지 믿고 지켜봐 달라는 당부를 드리겠다. 시간을 갖고 지켜봐 주신다면 분명히 원하는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딸 바보' 회장님, "딸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 되고싶다"
한휘선 관세사회장은 '딸 바보'다. 관세사 시험을 준비하던 대학시절 만난 아내와의 사이에서 3명의 딸을 두고 있다. 젊은 나이에 관세사회장 선거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도 딸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 회장은 "사업체(관세법인 한주)을 성장시키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할 나이에 잘해도 욕을 먹을 수 있는 길에 뛰어든다고 하니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며 "하지만 딸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사업 핑계로 가족들에게 잘해주지 못했는데, 관세사회장직을 맡으면서 더 소홀(?)해졌다는 한 회장. 특히 넷째 자녀를 낳자고 아내와 합의를 봐 놓고 선거에 나오니, 아내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법인 운영을 할 때도 바빠서 가족들에게 잘해주지 못했다"며 "아들욕심에 아내와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덜컥 회장이 되면서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고, 아직까지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웃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새내기 관세사 시절, 피땀 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험출신 관세사가 업계에 존재감이 없던 시절 스스로 '사무원'이라고 생각하고 동네방네 뛰어다니며 영업을 했다. 자괴감이 들 때도 많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업계에서 버티기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시대가 변해 관세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지수'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자격사로서 역할만큼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한 회장은 전했다.
"솔직히 지금은 딸들이 관세사를 하겠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 그만큼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사회장에 도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관세사라가 자랑스러운 직업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또 선택을 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나섰다"고 말했다.
[약력]
▲1972년생 ▲경남 진해 ▲마산창신고-고려대 무역학과
▲관세법인 한주 대표관세사 ▲관세사회 홍보기획위원 ▲서울본부세관 평가협의회 위원 ▲관세청 심사행정발전협의회 위원 ▲환경자원재생공사 고문관세사 ▲기획재정부 FTA국내대책본부 FTA 석사과정 대학선정위원 ▲관세사회 회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