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취임후 100일은 임기 5년 동안 국정을 이끌어갈 기본 틀을 짜는 시간으로 그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출범 초 100일에 새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하는 등 정권 출범초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00일간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비판을 받았던 분야가 바로 인사문제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 많은 고위직 후보들이 언론 검증과정에서 낙마했다.
특히 방미 기간중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은 그 동안 '나홀로 인사', '불통 인사', '수첩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박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에 치명타를 입히고 말았다.
또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과의 소통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여야간의 힘겨루기 끝에 제출된지 50여일만에 통과된 것이다.
외교분야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철저한 대북공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공감대를 이루는 성과를 거뒀다.
안보분야에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개성공단 잠정폐쇄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며 일관된 대응방침을 밝혀, 대북관계에서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취임 100일동안 박 대통령의 정치분야 국정운영 성적표와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봤다.
◇ '불통 인사', 인사난맥상…윤창중 성추행 의혹, '결정타'
100일동안 국정을 운영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부분이 바로 인사분야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여론검증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자진사퇴했다.
여기에 MB정부의 인선에 동의해준 것으로 알려진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의 낙마, 최대석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의 자진사퇴와 청와대 비서관 인선 잡음 등 인사와 관련한 논란이 더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나홀로 인사', '깜깜이 인사', '불통 인사' 등의 비판을 쏟아냈고, 여론 또한 인사난맥상을 지적하면서 결국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행 대변인을 통해 사과하기도 했다.
인사 난맥상의 결정타는 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중 벌어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었다.
박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대선 승리후 처음으로 임명한 윤 전 대변인은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로부터도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 강행한 것을 두고 '불통 인사', '고집인사'라는 비판이 다시 불거졌다.
이사건으로 인해 성공적이었던 방미 성과가 퇴색되었고,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결국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국민사과와 함께 피해 여학생과 부모님 및 동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지난달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만찬에서 인사검증 및 제도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첩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로 부터 인재 추천을 받고 언론을 통한 검증을 거치는 쪽으로 인사 시스템을 변경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인사와 관련해 윤창중 사태로 물러난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자리에 누가 임명될지, 또 대변인에는 누가 발탁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후임 홍보수석 및 대변인은 언론과의 관계가 좋고 정무감각을 두루 갖춘 인물로 인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 대정치권…삐걱대는 당청관계 및 대야 관계
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정치권과의 관계, 특히 당청관계 및 대야 관계는 원만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국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밀접하게 협조해야 할 여당과의 관계는 친박 인사들이 당의 요직을 맡은 만큼 원활한 소통이 예상되었지만, 새누리당은 인사파동과 정부조직개편안 등 중요 사안에서 당청간 협의를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과의 소통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소통부족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같이 여야와의 소통부족으로 인해 새 정부 출범후 가장 중요하면서도 시급하게 처리 되었어야 할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가 52일 지연되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됐다.
새누리당은 SO(종합유선방송) 소관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를 놓고 당의 입장을 명확히 하지 못한채 SO 인허가권과 주파수정책 등 핵심이 빠지면 헛 껍데기만 남는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에 그치고 말았다.
이처럼 출범초기에 여당이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대통령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에 직면, 이같은 상황에서는 건전한 당청관계를 이어 갈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청·야 소통의 '3통(通)'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이 당선되면서 당청관계는 이전보다 협력이 강화되고, 소통문제가 크게 진척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에 신임 최 원내대표의 소통 능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 남북관계…'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구상' 공감대 형성
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동안 북한의 거듭된 도발 위협에 이어 개성공단 잠정폐쇄 등 북한과의 대치는 한층더 심화됐다.
방미 기간중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한 굳건한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고, 6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발전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특히 박 대통령의 대북기조인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표명도 얻었다.
이와함께 한미 양국이 주도해 환경 등 비정치적 사안에서부터 시작해 북핵 등 안보현안으로 대화의 단계를 높여가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이른바 '서울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화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지원하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같은 방미의 외교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직면한 외교적 과제는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종용하고, 지난달 최룡해 북한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내비쳤지만, 실제로 북한이 핵폐기를 위한 6자회담에 나설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달 말 방중 예정인 박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북핵 문제 관련해 중국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부각할 예정이지만, 중국의 태도를 낙관할 수 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향후 박근혜 정부가 대중국 관계와 대미 관계를 견제와 균형을 이뤄가면서 조화롭게 추진해 나가는 것도 녹록치 않은 과제로 손꼽힌다.
◇ 국민행복시대를 위한 과제는?
국민행복시대를 내걸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100일 동안 국내외적으로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왔다.
내적으로는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들의 잇단 낙마 등 인사참사로 인해 국정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외적으로는 북한의 핵위협 및 개성공단 잠정 폐쇄 등이 새 정부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내우외환속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차분하게 국정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불거진 인사잡음과 북핵 위기 등의 난제들을 극복하면서 국민행복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위해서는 인사시스템 개선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박 대통령이 제시한 창조경제와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통일,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4대 국정기조를 실천해 나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청사진의 제시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또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되는 등 경직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도 박 대통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단순히 원칙만을 주장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남북간의 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