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정부가 재정건전성 회복 및 세수확충을 위해 추진하는 대기업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율 인하 방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사정을 감안해 기업들의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오히려 현재 47개 업종에만 적용되는 공제혜택을 서비스업종 등 대부분의 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3일 정부, 국회, 주요 정당 등에 '투자 활성화와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2013년 세제개선과제 건의문'을 제출하며, 정부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율 인하 방침에 강력히 반대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일 최근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등으로 약화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여·야 합의를 거쳐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율을 1%p 인하하는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율 인하 방안은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으로, 관련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당장 내년부터 대기업들의 고용창출투자세액 기본공제율이 현행 2∼3%에서 1∼2%로 낮아진다.
대한상의는 이번 건의문을 통해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기본공제율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비과세·감면 제도 중 불합리한 부분을 정비할 필요는 있지만 세계경제 회복의 부진, 내수침체 지속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축소는 지양해줄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 현행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업종을 현행보다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현행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는 법령상 열거된 제조업, 연구개발업 등 47개 업종에 대해서만 고용을 유지할 경우 설비투자액의 2∼3%(중소기업 4%)를 기본공제해준다. 고용이 증가하면 고용증가인원 1인당 1000∼2000만원 한도 내에서 투자금액의 3%를 추가공제 해준다.
대한상의는 "현행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는 47개 업종에만 적용되고 고용창출 잠재력이 높은 서비스업은 지원받을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며 "청소년 유해업종 등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대해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중소기업 졸업에 따른 세부담 급증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해고, 고용창출투자세액 기본공제 요건도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고용이 1명이라도 감소할 경우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도 전혀 받을 수 없다"며 "중소기업 졸업유예기간 이후 일정기간 이내의 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를 적용하거나 고용이 감소하더라도 고용창출투자세액 기본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뜻도 전했다.
올해 연말로 일몰되는 상생보증펀드 출연자금 7% 세액공제를 연장해주고, 협력업체 운영자금 무상대여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를 신설해 달라는 요청이다.
현행 세법상 대기업이 보유한 시설을 중소 협력업체에 제공할 경우에도 시설운영비 등 관련 금액을 접대비로만 취급, 일정 한도를 초과하면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중소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교육시설, 휴양시설 등의 비용은 전액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해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했다.
또한 현재 자녀 1명이 60세 이상 부모가 운영하는 10년 이상된 중소기업 주식을 증여받아 적법하게 승계하면, 30억원을 한도 내로 10%를 부과하는 증여세 특례세율 제도가 올해 연말 일몰되는데, 이와 같은 세제지원을 상시화하고 한도액도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해 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에 따라 생전에 자녀에게 계획적으로 사전상속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영속성 유지와 경제활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대한상의는 ▲에너지절약시설 및 환경보전시설 투자세액공제제도 일몰 연장 ▲투자세액공제 제도 사후관리 요건 완화 ▲건설업의 PF대출 채무보증으로 인한 구상채권 대손금 손금산입 허용 ▲비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중과 폐지 등도 건의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성장률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기업투자와 경영활동에 대한 세제지원은 세수손실이 아닌 기업경쟁력 강화와 성장동력 확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