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 설립
2004년 검찰조사 시기에 겹쳐…비자금 운용 '의혹'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씨가 비자금 추징 논란이 불거졌던 2004년 당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국제언론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 취재한 결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 씨가 2004년부터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 2004년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전 씨는 별도의 한국의 주소를 기재하지 않고 싱가포르 소재의 법률사무소가 페이퍼컴퍼니의 설립을 대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대행업체 PTN의 자료를 바탕으로 블루 아도니스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당 유령법인 실제 주주이자 등기이사가 전재국씨 본인임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지난 2004년 8월 블루 아도니스 이사회 결의서 내부 자료를 토대로 전 씨가 해당 회사의 단독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고, 주소지 또한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서초동 1628-1번지'가 기재돼 있으며, 전 씨 본인의 여권번호도 기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뉴스타파는 전 씨가 자산가를 위주로 영업하는 대표적인 프라이빗 뱅킹인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해당 법인과 연결된 계좌를 만들려고 했던 정확도 포착했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 씨는 아랍은행에 블루 아도니스의 계좌정보, 자금 거래내역, 회의록 등을 보관하기로 했다. 이는 곧 해당 법인계좌를 통해 일정 금액의 비자금을 운용한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 취재진의 주장이다.
특히 취재진이 싱가포르 법률회사와 페이퍼컴퍼니 등록업체인 'PTN'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아랍은행 금융계좌 개설에 필요한 공증서류가 분실돼 계좌개설이 지연됐고, 이에 대해 고객(전재국씨)이 상당히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전 씨가 만든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는 자본금 5만 달러 짜리 회사로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1달러짜리 주식 1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라며 "전 씨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이 회사의 이름으로 법인계좌를 만들었던 사실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씨는 지난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다시 불거진 와중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최소 6년간 이 회사를 보유했었고 자금을 해외은행 계좌로 움직였단 정황도 찾아냈다"며 "전 씨와 접촉해 해명을 들어보려 했지만 전 씨는 현재 접촉을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뉴스타파 취재진은 추가적인 검증작업을 걸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과세당국의 눈을 피해 자금을 운용하는 정, 재계 인사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