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회계조작으로 정리해고 합리화했다고?

쌍용자동차가 지난 2009년 회계 조작으로 부실을 부풀려 대규모 정리해고를 합리화했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쌍용차가 회계조작을 통해 부실을 과대포장했고 법원과 금융감독원에도 각각 다른 감사조서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2중 회계조작 의혹을 제기해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심 의원은 쌍용차의 회계조작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국회 소위원회를 구성해 문제를 파헤쳐야 한다며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지금 회사에 필요한 것은 국정조사나 국회 소위원회 구성이 아니라 판매증대를 통한 조속한 경영정상화라고 호소하고 있다.

만약 현재처럼 지속적인 의혹과 논란 제기가 지속된다면 쌍용차는 기업이미지 훼손 및 국제 신인도 하락에 따른 판매부진으로 경영정상화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것이 쌍용차의 입장이다.

국정조사를 실시하게 되면 진위를 떠나 회사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고 이는 모처럼 활로를 찾으려는 자구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영영 재생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다. 또다시 금융위기 시절과 같은 구조조정을 겪어야 될 처지에 놓일수도 있다.

쌍용차가 회계조작으로 정리해고를 합리화했다는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회계내역 분석과 함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2008년 9월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리만브라더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한데 이어 굴지의 자동차회사인 GM과 크라이슬러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2008년말과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한 시기였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쌍용차의 주력제품인 SUV 차종(렉스턴, 코란도, 액티언)은 디젤 가격 급등과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로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됐고, 국내외 선발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져 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화되는 상황이었다.

회사는 지난 2007년 매출 3조 1천억원, 영업이익 440억원을 기록했으나 2008년에는 매출 2조 5000억원, 영업적자 2300억원으로 실적이 급속히 추락했다. 쌍용차의 2007년말 시가총액은 7700억원에서 2008년말 1200억원으로 주저 앉았다.

■ 삼일회계법인과 삼정KPMG도 쌍용차에 대한 보고서 제출하기도

쌍용차는 2008년 대규모 적자가 경쟁력상실에 따른 매출감소 및 대규모 영업손실 등 현재의 부진한 실적과 법정관리 등에 따른 불확실한 미래 전망이 반영된 결과이며, 회계조작 등 인위적인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2009년 2월 법정관리 개시결정에 의해 법정관리인이 업무를 집행했으나 계속해서 영업을 할지 아니면 청산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는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를 기초로 채권단과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기도 했다.

당시 조사위원이었던 삼일회계법인은 회사의 재산상태를 다시 평가했는데 삼일은 채무자회생법에 근거해 평가작업을 진행했고, 이 때 유형자산은 재무제표상의 장부가액이 아닌 한국감정원이 감정한 감정가액 등으로 평가됐다.

쌍용차는 굳이 기업회계기준에 의한 유형자산의 장부가액을 조작할 이유가 없었고, 또한 법정관리 하에서 회사의 생사 여부가 매우 불투명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주도적으로 재무제표를 왜곡 표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2009년 3월 30일 구조조정인원을 산정한 삼정KPMG의 보고서는 쌍용차 미래의 경영계획 등을 기초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현금흐름 등을 반영하여 정리해고 인원 등을 산출한 바 있다.

따라서 과거의 재무제표는 정리해고 인원산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고 만약 유형자산감액이 없었다 하더라도 정리해고 인원에는 변동이 없었을 것이라는게 쌍용차의 주장이다.

결국 회사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회사의 매출감소에 따른 수익성 저하 및 유동성확보와 관련이 있지 회계조작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이 회사는 강변했다.

쌍용차는 이와 함께 심상정 의원의 "쌍용자동차가 법원과 금융감독원에 각각 다른 감사조서를 제출한 것은 2중 회계조작을 시인한 것"이라며 "쌍용차측이 법원과 금감원을 모두 속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안진회계법인은 2중 회계조작 의혹에 대해 "일반적으로 감사보고서가 발행되기 전에 나오는 감사조서는 정확한 정보를 반영하고자 단계별·시점별로 작성된다"면서 "하나의 감사조서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안진회계법인은 2008년 11월 해당년도 감사보고서 발행과 관련해 자동차 내수시장의 급격한 축소 등에 따른 유형자산 손상 여부를 검토할 것을 권고하는 간략한 메모 형태의 중간 감사조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쌍용차가 제시한 재무제표에는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빠져 있어 이를 추정해 반영한 손상차손조서를 다시 작성했고 이 손상차손조서는 2011년 쌍용차 해고무효확인소송 재판 때 증거자료로 제출된 바 있다.

손상차손이란 유형자산으로부터 실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장부가액보다 적을 경우 이를 재평가하면서 발생하는 손해액을 말한다.

안진은 쌍용차 법정관리인이 선임된 2009년 2월 정확한 손상차손금액을 제시했고, 이를 검증한 뒤 최종조서를 작성했다.

따라서 쌍용차 감사조서 작성 과정에서 어떠한 부정이나 회계 조작도 없었다는 것이 안진회계법인의 설명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공교롭게도 때를 같이해 일어났기 때문에 억울하게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까마귀가 배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면 해충을 막아주는 귀한 자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문제의 본질을 도외시하고 한쪽 측면을 강조해서는 진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는 또다른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 일반인들이 따분하고 고리타분해 여기겠지만 숫자와 회계를 바탕으로 사안을 분석해내는 길이 훨씬 더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