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금) 오후 6시경. 모두가 들뜬 주말을 꿈꾸는 그 때, 수송동 국세청사 2층 대강당에선 잔잔한 음악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서울국세청 음악동호회에서 해군 군악대와 협연으로 '천안함 46용사 추모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국세청 직원들은 물론 천안함 용사 유가족들도 함께 자리해 300여석의 대강당 좌석을 가득 메웠습니다.
음악회에 참석한 송광조 서울국세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용사들을 추모하고 유족 분들의 슬픔을 나누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유족 여러분들의 헌신과 봉사에 감사드리고 자리에 참석한 해군장병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前 대전지방국세청장)은 "과거 세무사회에서 모은 성금을 기탁하기 위해 재단을 찾았는데 인연이 닿아 현재까지 이사장을 맡고 있다"며 "2만 국세공무원 대표선수로 와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리를 마련해준 서울청에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음악회 전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의 시간, 그리고 이어진 용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해군 군악대의 진혼곡 트럼펫 연주로 장내 분위기는 숙연해졌습니다.
이어 임명수 해군중령이 '불멸의 성좌여, 바다의 수호신이여'라는 시를 낭송하자, 스크린에는 천안함 용사 46명의 얼굴이 차례대로 비춰졌습니다. 이 때 유가족들이 위치한 곳곳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인 음악회, 국세청 직원들의 숨겨진 장기가 한껏 발산됐습니다.
음악동호회에 소속된 직원들은 전통악기인 대금연주와 민요는 물론 비올라, 바이올린, 클라리넷, 플루트, 트럼펫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악기와 노래솜씨를 뽐내며 음악회를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은 수년간 틈틈이 동호회에서 쌓은 내공으로 상당한 실력을 발휘, 관객들로부터 연이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이날 행사를 진행했던 KBS 정다운 아나운서도 "국세청 직원 분들이 딱딱한 세금업무만 하실 줄 알았는데, 재주가 너무도 많으시다. 언제 이렇게 연습하셨는지 놀랍다"며 직원들의 실력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습니다.
다만 추모 음악회인 만큼, 연주곡들은 대체로 차분하고 조용한 음악이 주를 이뤘는데요. 해군 군악대의 군가연주를 비롯해 전우가 남긴 한마디, 전선야곡, 늙은 군인의 노래 등 군대 관련 음악이 음악회 요소요소에 배치됐습니다.
음악회를 총괄·기획한 안동범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서울청 음악동호회장)은 "30년 전에 해군에 복무했는데 감회가 새롭다"며 "나라위해 순국한 용사들을 추억하고 깊은 슬픔을 안고계신 가족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음악회의 개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행사를 지켜본 천안함 유가족들도 음악회에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내며 국세청 직원들과 해군장병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는 후문입니다.
서울청 음악동호회는 3년 전부터 결성돼, 어느덧 회원수가 200여명에 달하고 다루는 악기도 20종을 넘어서는 등 상당한 외형과 내실을 갖췄다고 합니다.
적어도 동호회 활동 중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한 유연한 소통이 이뤄져 소속감이 더욱 견고해졌다는 후문입니다. 서울청 음악동호회 재주꾼들이 내년에는 과연 어떤 행사를 통해 숨겨진 끼를 마음껏 발산하게 될지 벌써부터 내년이 기다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