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최악 '세수부족' 사태 우려 '한목소리'

국세청장, 관세청장 "세수목표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역외탈세 집중조사 촉구…"전두환 일가, 세무조사 하라"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관세청 업무보고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올해 사상 최악의 세수공백 사태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과세당국의 분발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4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9조4000억원의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난 4월 업무보고에서는 특단의 노력을 하겠다고 했는데, 오늘은 세입확보가 어렵다고 한발 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세수확보 가능성을 고려할 때, 지난달 말 발표한 공약가계부도 미덥지 않다. 세금 쥐어짜기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데, 지하경제 양성화로 5년간 27조20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한성 의원도 "4월말까지 세수진도가 전년보다 5% 이상 차질 빚어진 상태"라며 "작년도 경제가 좋지 않았지만 5년 평균치보다 높았는데 올해는 진도비가 떨어졌다.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추경예산 기준으로도 세입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국세청장으로써 신중하게 표현한 것이고 솔직한 어법으로 말한다면 금년도 추경예산 기준 세입목표치도 달성하지 못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은 "박근혜정부 135조 공약가계부 약속했는데 경제여건상 세수가 안 들어오는 상황이다. 이 상태로는 절대 (공약이행을) 못한다"며 "현실적으로 증세 아니면 무슨 재간이 있나 채권발행은 후대에게 빚이 되는 것이다. 과감히 증세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김덕중 국세청장은 "세수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4월 세수실적은 법인세와 부가세 신고실적이 감안이 안 된 상황이다. 이것이 반영되면 (연말에는 진도비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백운찬 관세청장도 "단순하게 진도율만 기준으로 한다면 세수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다"며 "다만 지하경제 양성화나 역외탈세 조사를 강화하는 등 세수목표를 달성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과세당국 수장들은 직접적인 증세보다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숨은 세원을 찾아내는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외탈세 분야에 대한 지적들도 이어졌다.

특히 이와 관련해선 최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사실이 밝혀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보도됐는데, 전두환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안 할 것이냐"며 국세청에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촉구했다.

최 의원은 "일반 국민들은 호화생활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세무조사를 받고는 한다"며 "전두환 일가는 이미 사법적인 판단이 끝난 사람들이다. 군인 출신 아버지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자녀들이 몇 천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도 "전 前 대통령에 대해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국민감정이 극에 달해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추징을 하라고 얘기했었는데 그렇다면 조사를 해도 되지 않느냐"라며 "대통령이 사실상 (세무조사를 하라고) 지시를 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도 "국세청이 전재국씨를 조사하고 있는데도 사생활 침해 문제 때문에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것이냐"며 "재국씨가 아랍은행에 개설한 계좌를 국세청에 신고했느냐"며 전 씨 조사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이와 관련 김 청장은 "개별적인 조사여부를 밝히기는 그렇다"며 "(외부에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문제를 보도했다고 해서) 바로 조사에 착수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전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관세청장 등 경제부처 수장의 회동을 두고 "경제민주화 본질을 흐리려는 부적절한 회동"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부총리가 조찬회동에서 기업하는 입장에서 세무조사를 직접 안당해도 옆에서 당하면 위축되니 조화롭게 업무를 진행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사실상 세무조사를 자제하란 얘기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여야가 초당적으로 제출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내용들이 과연 기업을 잘 운영하거나 좋은 제품을 만들거나 세금 잘 내고 일자리 창출하는 기업인들 뒷다리 잡는 내용이냐"며 "대통령도 경제민주화 통해 상생의 길 걷자고 했는데 왜 경제수장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아침부터 모여서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덕중 국세청장은 "이날 세법집행 과정에서 기업들 정상적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서로 공유하는 자리였을 뿐 경제민주화 정책방향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백운찬 관세청장도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가 조화롭게 동시에 추구되어야 할 가치인데, 현재 시중에서 경제계에서 너무 기업들 옥죄기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없는 차원에서 행정을 집행하자는 것이었고, 중소기업 지원책들도 논의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