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창조경제, 막연한게 당연…10년전 '내비' 상상 못해"

"창조경제는 '번식'…아이디어 접목·융합해 부가가치 창출"

정권 재창출의 '공신'답게 그에게서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상징이 된 '신뢰정치'를 연상시키듯 "정치지도자의 신뢰회복이 전문성의 신뢰회복으로 이어 진다"며 "전문성이 실제 정치현장에서 제대로 발휘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포부는 '전문성'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다웠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면서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인 안종범 의원은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의 공약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문지기'였다. '국민행복추진위' 대선 공약단이 만들어낸 공약들을 일일이 총괄하면서 언론발표까지 맡은 바 있다.

그의 손이 많이 간 '공약'이어서였을까. 창조경제의 모호성 논란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재계 반발을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여지없이 긴 시간 설명이 이어지기도 했다.

당 정책위 부의장으로 대선 공약 입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안 의원을 지난 11일 <조세일보>가 만나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지하경제 양성화, 국세청 개혁, 역외탈세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안 의원은 위스콘신 대 경제학 박사로 한국조세연구원과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를 지냈으며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다.

■ "창조경제, 막연한 건 당연…10년 전에 내비게이션 상상이나 했나?" = 안 의원은 박근혜정부 국정 최대 목표인 '창조경제'와 관련해 "막연한 게 당연하다"며 "창조경제는 그동안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창조경제'의 예로 내비게이션을 들며 "내비게이션이 10년 전만해도 없었다. 10년 전에 내비게이션이 나올 거라고 누가 상상 했나"라고 되물으며 "(제2의)내비게이션 같은 산업을 지금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막연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안 의원은 박근혜정부 정책 총괄 입안자답게 창조경제에 대해 술술 설명했다. 거듭 내비게이션을 예로 들며 "내비게이션은 국가가 독점했던 지리정보를 완전히 공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에 GPS(위치추적기술)기술과 융합되고 그게 자동차에 적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걸로 끝이 아니다. (창조경제는) 번식한다. 이 내비게이션이 스마트폰으로 들어갔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른 것과 접목, 융합해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면 없던 시장이 만들어 진다. 이게 창조경제의 핵심 방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재계, 경제민주화 법안 결코 더 나간 거 없어…예측 가능" = 그는 경제 민주화 입법과 관련해 재계의 반발에 대해 "결코 더 나간 게 없다. 경제민주화는 박 대통령이 2009년에 스탠포드 대 연설에서 '원칙이 바로선 자본주의'라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며 "이게 박근혜정부 경제민주화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는 '법-행정-지도자'의 삼위일체가 중요하다. 아무리 법을 잘 만들어도 공정위가 불법행위를 하는 것을 잡아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 다음이 사법부 혹은 지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사면해 주면 끝나버린다. 국민들은 불법행위를 한 재벌들이 나중에 사면되는 것에 불만이 높다.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도 엄격하게 하겠다는 것도 공약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경제민주화는 원래 스케줄(공약)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만 한다면 (대기업이 생각하는) 손상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정도는 기업들도 다 예측을 하고 있다. 그 예측가능성 내에서 기업이 투자도 할 수 있고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근데 경제민주화라면서 공약사항을 과도하게 해석해 법안을 내놓는 경향도 있어서 여당은 정치적 목적 하에 내놓은 것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고 야당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안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 "국세청 정치 중립화, 국세청법 아닌 외부감독기구 신설해야" = 이와 함께 국세청의 정치 중립화를 위한 '국세청법' 제정에 대해서는 "국세청법을 제정해서 국세청이 중립화되고 국세행정이 선진화 되겠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국세청의 비리와 유착문제를 감시할 외부 감독기구 신설을 주장했다.

안 의원은 "국세청 중립은 법으로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 보다 국세행정 자체 나름대로 법 개정 이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세행정의 중립성 보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외부 감독기구를 두는 것이다. 모든 선진국들이 외부감독기구와 국세행정의 정보 과학화 개혁을 했는데 우리만 못했다"며 "그래서 현재 필요한 것은 철저하게 외부감독기구를 설립해서 심지어 인사권까지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가야 국세청의 중립성이 보장 된다"고 강조했다.

■ "역외탈세, FIU 정보공유로 막을 수 있어" =  안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  FIU(금융정보분석원)의 금융정보를 국세청과 관세청 등이 공유하는 FIU법(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이용법 개정안) 제정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식의 세무조사 강화로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이룰 수 없다. 각종 소득이나 납세와 관련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FIU를 통해서 과세당국이 탈세를 잡을 수 있는 정보력을 갖춰야 한다. 기업이 준비하지 않은 제3의 곳에서 자료를 확보하면 과세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고 4월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FIU법의 6월 국회 처리를 피력했다.

특히, 안 의원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역외탈세 문제도 FIU 정보 공유로 해결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세청과 관세청이 정보만 제대로 공유해도 거둘 수 있는 세금이 많다. 외환사범을 관세청에서 먼저 입수 하면 그 정보를 국세청과 공유 할 경우 관세 탈루가 국세탈루로 반드시 이어지기 때문에 (과세가)가능하다"며 "그 반대로 수출기업의 내국세 탈세 정보라면 반드시 역외탈세가 관세탈세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역시 막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