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안종범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과의 일문일답

Q.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정책실행에 대한 기대가 높다. 대선 공약을 총괄하는 등 정부 출범 공신입장에서 '박근혜정부 100일'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처음에 인사문제나 정부조직법 지연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상당히 실망을 안겨줬다. 물론, 단기적 경제위기에서 먼저 추경편성을 해서 경제 활성화의 물꼬를 텄고, 4.1 부동산 대책으로 사전에 (위기를)차단했다. 그 다음에도 여러 민생이슈에 대해 시의적절 하게 대처를 했다. 특히, 대북문제와 외교에 대해서는 지금 지지율에서도 나타나듯 상당히 국민들에게 만족감을 심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Q. 정부는 지난 5일 창조경제 실현 계획으로 24개 추진 과제를 제시했으며, 과제이행을 위해 올해 6조9000억원을 배정하고 앞으로 5년간 총 4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야당과 일각에서는 필요한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지 등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나오지 않은 채 지원 대책만 가득하다는 지적이다.

= 막연할 수밖에 없는 게 창조경제는 그동안 우리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추격형'으로 주로 선진국을 따라갔다. 하지만 성장을 아무리 많이 해도 고용은 늘지 않는 상황에 봉착했는데 이제는 경제를 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과학기술, ICT기술을 최대한 활용, 융합해 적용해서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을 보면, 모든 국민들이 생활화하고 있는데 10여 년 전 만해도 없었다. 가능했던 것은 국가가 독점했던 지리정보를 완전히 공개해서다. 당시 GPS기술(위치추적기술)이 발달을 해서 이 두 개가 융합했고, 이것이 자동차에 적용이 된 것이다. 또,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번식한다. 스마트폰이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른 것과 접목, 융합해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면 없던 시장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 부가가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그게 창조경제 핵심방향이다. 구체적으로 잡히는 게 없다는 건 10년 전에 내비게이션을 생각도 못한 것과 같다.

Q.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경제민주화'이슈 선점에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재계에서는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경제는 현실인데 기업에 너무 과도한 부담을 줘, 기업을 죽이는 경제민주화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 결코 더 나간 게 없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께서 2009년에 스탠포드대 연설에서 '원칙이 바로선 자본주의'라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셨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경제민주화의 철학이다. 그래서 2011년 비대위 때 헌법 119조 2항(경제민주화 조항)을 정강정책에 넣었고, 관련법을 총대선 후 발의했다.

경제민주화는 '법-행정-지도자(사법부)'의 삼위일체가 중요하다. 아무리 법을 잘 만들어도 공정위가 불법행위를 하는 것을 잡아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또, 사법부 혹은 지도자의 의지가 필요하다. 국민들이 가지는 불만이 불공정 행위를 한 재벌을 사면해 주는 문제 아니냐.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대선공약으로 제한할 것을 약속했다.

또, 원래 스케줄(공약)대로 하고 있어서 그대로만 한다면 재계가 우려하는 손상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 정도는 기업들도 예측을 하고 있다. 예측을 한다는 것은 기업들이 그만큼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어서 그 예측가능성 내에서 투자도 할 수 있고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를 과도하게 해석해서 법안을 내놓는 경향도 있어서 여당은 정치적 목적 하에 내놓은 법들을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Q.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에서 '생애 맞춤형 복지'와 관련된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 등의 재원 마련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대선공약에 참여했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의 경우, 5년 임기 내에 복지를 위한 '증세'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증세는 없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공약에 드는 예산이 5년간 135조원이고 이를 위해 60%는 씀씀이를 줄이고 40%는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서 세입확충은 증세가 아니다. 증세는 사전적 개념이다. 세율인상이 없는 세금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세금을 더 거두는 증세라 해도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을 덜 하게 되면 세수는 줄 수도 있다. 반대로 감세를 해도 기업들이 그 이상으로 투자하면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 그럼 세입이 확충된다.

지금 상황에서 세입확충에 필요한 것은 지하경제 양성화다. 둘째는 불필요하게 오랜 기간 방만하게 늘어나는 비과세 감면, 또 하나는 금융관련 소득 과세 미진했던 것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내버려두고 새로운 세목을 만든다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기존 납세자한테 큰 짐을 지우는 것이다. 세금을 원래 거둬야하는 것을 못 거둔 상태에서 어떻게 세율을 인상하나. 우리가 오랜 기간 그런 식으로 해서 악순환이 계속돼 세원이 좁아졌다. 과세베이스가 계속 좁아진 것이다.

전체 소득이 100이면 100중에 50%가 지하경제(탈세)로 나가고 나머지 50에서 2-30%는 비과세, 나머지가 소득에 대한 누진세 적용이다. 여기서 분배구조가 악화됐다고 하면 세율을 올리려고 한다. 아무리 세율을 높인들 세수는 별로 안 들어온다. 소득세 최고 세율을 4~50%로 해도 맥시멈(최고) 1조다. 충분히 세원확충이 안 된 건데 또 문제 생기면 어떻게 하나. 세원을 넓힐 생각을 안 하고 세율을 올릴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서 세원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과거식으로 탈세 막자고 한다면 가장 먼저 하는 게 국세청 세무조사 강화다. 이번에도 세무조사 하지 않았나. 근데 탈세를 방지하거나 체납 정리하는 것은 과거식의 세무조사 강화로 가능하지 않다. 각종 소득이나 납세와 관련된 정보를 다 서로 공유,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FIU(금융정보분석원)를 통해서 과세당국이 탈세를 잡을 수 있는 정보력을 갖추어야 한다. 기업이 준비하지 않은 제3의 곳에서 자료를 확보하면 과세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에 중요하다.

요즘, 역외탈세도 문제인데 국세청과 관세청이 정보만 제대로 공유 해도 거둘 수 있는 세금이 많다. 외환사범의 탈세정보를 관세청이 먼저 입수해 그 정보를 국세청이 공유하면 관세 탈루가 국세탈루로 반드시 이어지기 때문에 (과세가)가능하다. 반대로 수출기업의 내국세 탈세 정보라면 반드시 역외탈세가 관세탈세로 이어진다. 양 기관이 서로 정보를 공유해서 얻을 수 있는 탈루 부분이 많다.

비과세 감면의 경우도 그 목적과 대상자별 비과세 감면 혜택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검증한 적이 없다. 일몰이 돌아왔을 때 연장을 하느냐, 마냐 그 기준은 당사자가 얼마나 반발하나, 안하나가 된다. 다른 대상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서 검증을 안 해왔다. 때문에 신설한 비과세 감면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전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한다. 우리가 예산사업 500억원 이상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는 것처럼 비과세 감면도 500억 이상 되는 것은 사전 조사를 해야 한다.

Q. 그렇다면 지하경제 양성화로 확보 가능한 재원의 규모는 어느 정도라고 예상하나?

세무조사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세원은 대충 예측 가능했는데 정보공유나 FIU를 통해서 하는 것은 안 해봐서 미리 얼마라고 하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원래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4~5조원은 충분히 가능하다.

Q.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전문가들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현금거래(CTR) 자료의 국세청 공유와 나아가 종교인 과세까지도 이야기 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문제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지금 워낙 재원 마련 관심 가지니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재원확보수단으로 보는데 새로운 세금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 형평성과 효율성, 세원확충, 경제 외부효과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는 합리적으로 세제를 이끌어 가고 있을 때 과연 종교인이 과세 하지 않는 부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지 논의가 필요한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세원확보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니다. 

Q.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조세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세청의)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세청의 세정과 세무조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용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세청법 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국세청의 의지문제가 아닌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세청법 제정문제는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국세청법을 제정해서 국세청이 중립화되고 국세행정이 선진화 되겠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법을 제정해서 그렇게 될 거 같으면 우리나라가 'G1'까지 갈 수 있다. 국세행정의 문제는 법으로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 보다 국세행정 나름대로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국세행정에서 중립성 보장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외부 감독기구를 두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최근 OECD국가 대부분이 10년 전까지 국세행정개혁을 했다. 왜냐면 과거 국세행정은 주로 인력 동원이라면 지난 10여년 정보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 했기 때문에 인력보다 정보를 분석하고 세무행정에 활용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해졌다.

또, 모든 국가들이 외부감독기구와 국세행정의 정보 과학화 개혁을 했다. 우리만 못했다. 그래서 현재 필요한 것은 철저하게 외부감독기구를 설립해서 심지어 인사권까지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가야. 국세청의 중립성이 보장된다.

특히 그동안 세무조사 비율이 낮고 세무조사 효과도 크지 않았다. 미국은 NRP(National Reserarch Program)라고 세무조사를 과학적으로 하는 시스템이 있다. 선진국은 탈세 추적을 위해 모든 납세자의 정보를 갖다놓고 다른 동일업체, 지역 등과 비교해 매출신장률이 특이하게 높을 경우 자동적으로 대상이 선별적으로 나올 정도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놨다. 그렇게 나온 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한다.

근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다. 다 세무공무원의 재량으로 하는 게 많다. 세무조사에서 그렇게 해야 적어도 납세자가 세금 탈루 했을 때 걸릴 수 있는 확률 높고 걸리면 빠져나갈 수 없다고 하는 것도 인식이 돼야한다. 그래야 탈세를 안 한다. 정보도 없고 조세시효도 굉장히 짧다. 우리는 소득세 조세시효가 5년인데 선진국은 상속세의 경우엔 영구적으로 조세시효가 없는 나라도 있다. 소득세는 10년이다. 그러다보니 한 번 걸려 과거까지 추적당하면 그 패널티(과세)가 엄청나다.

Q. 최근 국세청은 세무공무원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검사 출신 감사관을 임명하고, 감사관 산하 각 지방청 및 세무서에는 세무조사 관련 비리를 전담 감찰하는 '특별 감찰조직'을 구성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 국세청 노력은 인정하는데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많았다. 근데 여전히 국세청의 독립성, 중립성, 투명성 보장하려면 외부 감독을 통해서 하는 게 낫다.

Q. 최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 설립을 통한 역외탈세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역외탈세 문제는 근원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또 민주당에서는 6월 임시국회에서 일명 '전두환 추징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역외탈세나 조세피난처 문제는 반드시 탈세를 바로잡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근데 '전두환 추징법' 제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법을 제정할 때는 목적이 명확해야 하는데 어떤 특정인에 대한 것을 추징하기 위해 법을 새로 만든다는 게 국민들이 바라는 큰 국가운영의 목표로서 설정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됐을지라도 특정인을 놓고 법을 제정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짚어봐야 하고 더 큰 문제는 그와 같은 조세피난처, 역외탈세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아까도 말했듯 최대한 정보를 잘 공유해야하고 발각되면 처벌하는 것도 지금보다 더 강하게 하든지 조세시효를 늘리는 등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Q. 새누리당은 6월 임시국회 중점 법안으로 111건을 선정해 중점 처리키로 했는데, 111개 법안 가운데 경제문제와 관련된 주요 법안은 어떤 것이 있으며, 새누리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시급한 법안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복지-일자리-경제민주화' 관련법으로 111건 채워져 있다. 근데 4월 국회 때 상임위에 통과 됐다가 법사위에 아직 계류 중인 법안들이 경제민주화 법안과 FIU법 등이다. 이것들과 함께 일감몰아주기 규제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법 11개 정도가 된다. 또, 창조경제를 활성화하는 ICT 진흥특별법 등과 일자리 창출 관련 법안 등이 있다.

Q. 지난달 30일로 19대 국회가 개원한지 1년이 지났다. 학자 출신이신 의원께서 1년 동안 현실정치에 몸담으면서 느낀 소회와 함께, 의정활동을 펼치면서 가장 보람찬 일과 가장 아쉬운 일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오랜 기간 경제복지와 관련해 정책 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치고 자문역할만 하다가 실제로 정치현장에 와서 제일 꼭 하고 싶었던 게 정치와 관련해서는 전문가의 전문성이 제대로 발휘되는 시스템이 되어야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보니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채널이나 기회가 많지 않다. 왜냐면 전문성을 가진 정책 아이디어, 개선노력이 단편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시간을 요하는 설명이 국민들로 하여금 외면 받게 된다. 단어 하나로 생기는 이미지 왜곡도 심한데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충분히 설명하는 노력도 해야겠지만 우선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일 중요한 게 특정정치인이 리더십을 잘 발휘해서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앞으로도 성공한다면 정치도 신뢰를 회복하고 전문가들의 신뢰성도 확보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약을 만들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참여해) 상당히 보람이 있었다. 적어도 (박근혜정부가)성공한다면 이번 총대선 기간이 큰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