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수세 몰려 '보수-진보' 이념대결 부추겨
경제민주화·민생법안 우선 처리 합의했지만 법사위 갈등 재현
새누리당이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취지 발언' 대화록 원본 공개를 요구하면서 여야의 극한 대결이 점입가경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에 여야가 합의했지만 기습적인 새누리당의 역공에 정국이 얼어붙고 있는 것.
이 같은 정국급랭으로 여야가 지난 6월 임시국회 일정 논의 당시, 경제민주화와 민생법안 등을 처리하겠다고 한 합의가 무색해지고 있다.
4월 국회에서 법사위에서 보류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등을 6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키로 했지만 6월 국회가 열흘 남짓 남은 지금 법사위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법안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와 하도급법에 불과하다.
국정원 국정조사와 NLL 문제로 법사위는 이날 예정한 법안소위를 연기하는 등 법안심사처리가 언제 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제는 '민생국회', '상생국회'를 외치며 야당에 '협조'를 구하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급랭의 주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19대 국회 초부터 "일하는 국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내세웠던 새누리당이 이미 대선 전 공방했던 문제를 다시 꺼내 정쟁의 불씨를 재점화하고 있다.
이는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한 새누리당의 난감한 입장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연일 속속 드러나는 국정원 댓글조작 정황으로 국정조사를 피할 수 없는 만큼 대선개입이 드러날 경우,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임기 첫해에 '정권 정당성'에 심각한 훼손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에게 국정조사는 '목에 가시'같은 부담덩어리다.
국정조사 합의를 한 반나절 만에 'NLL 포기발언'카드를 내놓으며 역공을 취하는 새누리당의 모습은 그만큼 수세에 몰리고 있음을 반증한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先 국정원 국조, 後 NLL대화록 공개'를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급기야 국정원 국정조사와 NLL 국정조사를 함께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전략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보수층의 반감과 NLL이라는 안보 문제를 자극해 '보수-진보'이념대결로 끌고 가 보수층의 집결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NLL 대화 발췌본을 본 서상기 정보위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굴욕적", "굴종", "개탄스럽다", "상상 초월" 등 자극적인 표현들로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며 사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에 공공기록물 법상 열람한 발췌본을 공개할 수 없음에도 일부 보수신문에 공개한 것은 그 의도성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대통령기록물실에 보관중인 10.4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그 방대한 내용과 대화 맥락 등이 확인 불가능함에도 일부 발췌된 내용을 폭로해 6월 임시국회를 정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그 책임을 면키 어렵다.
아무리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국민적 갈등을 부를 게 뻔한 대선 공방 카드를 거듭 꺼내는 것은 무책임한 여당의 '자충수'일 뿐이다.
야당의 협조를 구해 성공한 '박근혜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한 부담감에 또 다른 국론분열과 외교적 문제까지 초래할 'NLL 발언'을 공개하자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박근혜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