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사진 가운데)이 23일 오전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거시건전성 3종 세트' 강화여부 검토될 듯
지난주 벤 버냉키 미국 연장준비제도(Fed) 의장이 내년 중반 양적완화 중단조치를 언급, 이른바 '출구전략'을 예고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확산됨에 따라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고위급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미국 연준 양적완화 발언이후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가 이처럼 휴일 긴급대책회의를 편성한 이유는, 버냉키 의장 발언 이후 외환보유고가 빠져나가면서 주가하락, 국고채 금리 인상 등 '이상 징후'가 발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냉키 의장 발언 뒤, 외국인 주식매도 여파로 주가가 약 3% 가량 떨어졌고, 국고채 금리 및 원·달러 환율도 단기간 급등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금융시장 불안감이 단기적으로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추 차관은 "21일부터는 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되면서 미국 다우지수가 소폭 올랐고 상승세를 보이던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4bp 하락했다"며 "외국인 채권자금도 20일~21일 3000억 이상 순유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는 재정 건전성,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외채 구조 등 경제 기초 체질이 다른 신흥국보다 양호해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이 낮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 회복으로 수출 확대 등 기회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만 시장 불안상황이 장기화 되거나, 단기간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에 대비해 긴장을 끊을 놓지 않을 방침이다.
추 차관은 "외화자금시장 동향을 일일점검하고,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은행별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투기적 거래와 시장 쏠림 등으로 환율이 급변동하면 적극적인 시장안정 조치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계 안팎에선 정부의 시장개입 조치가 선물환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부담금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을 중심으로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정부는 작년 외환유동성이 단기간에 많아질 기미가 보이자 외환은행 지점 선물환포지션을 축소하고, 외환건전성부담금 부과율을 소폭 올리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정부는 조만간 이들 거시건전성 수위조절에 나설 방침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조만간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토빈세(금융거래세) 문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에 토빈세 등 강도 높은 대응책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