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저임금 미만의 저소득층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보다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 종합적인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수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오히려 취약계층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저소득 근로자들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장려세제 등을 확대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다.
KDI는 25일 '최저임금의 쟁점논의와 정책방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들의 빈곤 감소가 정책 목표라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보다는 근로장려세제, 사회보험료 지원, 외국인 근로자 대책 등 종합적인 정책조합을 통해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중에서 빈곤계층에 속하는 비중은 약 1/3 정도다. 즉 최저임금을 인상하더라도 혜택을 보는 근로자의 2/3 가량은 빈곤계층에 속하지 않는 근로자들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근로자의 약 65%는 빈곤가구가 아닌 저소득가구나 중산층 이상의 가구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의 목적이 근로자들의 빈곤 감소라면 최저임금을 올려주더라도 그 효과가 빈곤층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최저임금 미만의 근로자들이 소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임금 부담으로 인해 소기업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을 기피할 가능성이 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층 근로자들의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최저임금이 평균임금 대비 40%를 초과하면 취약계층의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노동계에서 최저임금 수준을 평균임금의 50%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취약계층이 많이 취업하고 있는 소기업들의 경우 이미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50%를 상회하고 있다.
KDI 유경준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는 일률적으로 결론 내리기는 어려우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과 달리 최저임금수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취약계층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상승은 국내 취약계층의 고용을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국인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상승을 통해 빈곤의 감소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일하는 근로자들의 빈곤감소가 정부 정책의 주된 목표라면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을 통해 수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연구위원은 "근로장려세제는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이 빈곤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노동의 공급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우 최저임금을 통해 임금저하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 결정 시 조세·지원 제도의 도입 확대와 외국인 근로자 대책도 동시에 고려돼야 저임금근로자를 보호하는 합리적인 결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근로장려세제를 2009년에,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인 두루누리사업을 2012년에 각각 도입해 운영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