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1979년 6억 가치 환산요구…현오석 "신중 검토" 반복
2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979년 당시 전두환 前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6억원을 준 문제에 대한 야권 의원들의 공세성 질문이 이어지면서 회의장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야권 의원들은 경제부처를 총괄하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에게 1979년 6억원의 '현재가치'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하며 공세를 펼쳤다.
질문 중간중간 고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포문은 지난 대정부질문에서 이 문제로 정홍원 국무총리와 '설전'을 벌였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열었다.
안 의원은 회의 도중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 "기재부에서 1979년 6억원에 대한 현재가치를 아직도 환산하지 않았냐"며 "(기재부) 내부제보에 따르면 아직도 계산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도대체 언제 공식입장을 밝힐 것이냐"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현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인관계로 개별사례를 계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국민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박정희 대통령 금고에서 꺼낸 6억원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준 게 무슨 사인간의 거래냐"고 공세를 이어갔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현오석 부총리에게 한시라도 빨리 공식적인 환산금액을 제출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에 현 부총리는 "단순하게 물가상승률, 이자율만 볼 문제는 아니어서 계산자체가 단순하지 않다"며 "이 문제가 기획재정부의 공식적인 업무이자 기능인지는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식견해를 낼 때는 사례로 인용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안 의원과 현 부총리 사이에 똑 같은 내용의 공방이 지속되자 야당 의원들은 공세수위를 높이면서 가급적 빨리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인영 의원은 "이 문제를 기재부에서 못한다고 하면 어디에서 하나. (가치 환산을) 기재부가 할 일이 아니라고 한 것은 너무 궁색한 변명같다. 왜 장관이 미리 정무적 판단을 해서 답변을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현미 의원은 "지난 24일(월) 기획재정위원장 명의로 공식적인 자료제출 요구가 있었는데, 장관님이 여전히 미루고 있고, 해명도 논리적이지 않다. 물가상승률과 이자율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힘들다면 각각 따로 환산해서 정리해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6억원이 문제가 되면 79년도 1억원을 기준으로 환산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 부총리는 야권 의원들의 질문 세례에 "검토하겠다.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제출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그러자 설훈 의원은 "(부총리가) 참 상식과 동떨어진 일을 하고 있다"며 "전두환이 줬던 박정희가 줬던 간에 6억원의 현재가치가 얼마냐고 대답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의원들과 현 부총리 사이의 끊이지 않는 논쟁이 이어지자, 보다 못한 여권 의원들은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79년도, 전두환, 박정희 이런 부분은 빼고 79년부터 현재까지 연도별로 소비자물가, 이자율 변동에 따른 가치 환산금액을 제출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나성린 의원은 "질문 자체가 너무 정치적이기 때문에 답변 못하는 것 아니냐"며 "계산(현재가치 환산)은 아무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이 정치적인 질문이어서 답변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자료 제출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현 부총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윤호중 의원은 "정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겠다면 1979년 10월 26일 물가를 100으로 해서 현재 물가지수로 환산하고, 1979년 10월 26일을 1로 해서 현재 정기예금 수익률을 계산해서 제출하라"고 일갈했다.
야권을 대표해 간사인 김현미 의원이 자료제출 기한을 명확히 밝히라고 수차례 압박하자, 결국 현 부총리는 "윤호중 의원님이 요구한 자료는 바로 제출 하겠다"며 "신중히 검토해서 책임 있는 답변을 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하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