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올해에만 총 17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각종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약 112만 가구가 주거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 주거지원 사업이 여전히 저소득층 공공주택 공급은 부족하고, 전세자금·주택구입자금 지원 등은 미흡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1일 서울시 수출입은행에서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개최한 재정관리협의회에서 내놓은 '서민주거지원 사업군 심층평가 결과 및 지출성과 제고방안'에 따르면 저소득층을 위한 서민주거지원 사업에 상당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 서민 주거지원 사업, 年예산만 '17조원' = 우선 정부는 현재 최저소득계층 등 서민들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임대·분양주택 공급, 주거지원, 주택자금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에서 추진하는 세부사업이 총 24개에 달하고, 올해 투입되는 예산 규모만 17조2600억원에 육박한다.
우선 4397억원을 들여 기초수급자 등에게 소형임대주택을 시중 전세가의 30% 수준으로 공급하는 영구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불안 해소를 목표로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소득의 70% 이하 가구 등에게 85㎡ 이하 주택을 시중 전세가의 50∼80% 수준으로 공급하는 장기(30년) 국민임대주택 사업도 2조원(출자 6211억원, 융자 1조4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시행 중이다.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소득 100%이하 가구 등에 85㎡ 이하 주택을 시중 전세가의 80∼100% 수준으로 공급하는 5/10 공공임대주택 사업에도 2조9000억원(융자)의 예산이 들어간다.
무주택 서민에게 분양되는 85㎡ 이하 국민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체에게도 융자로 총 1조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다가구 주택 등 기존 주택을 매입·임차해 저소득층에게 다시 임대하거나, 고시원 등 준주택 건설자금을 지원하고, 도시 낙후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1조2091억원을 쓴다.
오래된 집을 직접 개·보수하거나 필요한 자금을 융자해 저소득층의 주택개보수를 지원하는데 456억원, 북한이탈주민과 영구귀국 사할린 한인 등 특수계층 주거지원 사업에도 1654억원이 투입된다.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 금리우대 보금자리론 공급 등에 따른 금융기관 손실보전 등 주택자금 지원에는 총 8조8051억원이 쓰인다.
□ 전국 112만가구 '주거복지 사각지대' = 하지만 정부가 17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도 전국적으로 111만9000만가구는 서민 주거지원 사업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최저생계비 150% 이하 총 411만가구를 주거지원 사업의 우선지원 대상으로 감안할 때, 지원대상 중 27.2% 이상이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는 저소득·서민 중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한 가구, 주거비 부담이 과다 또는 주거수준이 열악함에도 주거비 지원을 못 받는 가구, 주거복지정책과 기초생활보장 제도간 차이로 정책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128만가구로 2006년 268만가구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주택구입능력이 낮고, 소득대비 임대료 지출 비용도 2010년 기준 31.1%에 달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
□ 저소득층 "집도 없고, 돈 빌리긴 더 어렵다" = 가장 큰 문제점은 이미 공공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이 상당히 공급됐지만, 저소득층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장기임대주택 비율은 5.0%로 영국 17.1%, 프랑스 19%, 일본 6.1%, EU 9.4%, OECD 평균 11.5%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영구임대주택은 거주자들의 평균 거주기간이 12년에 이르는 등 임대기간이 장기화되며 혜택이 편중되고 있다. 국민임대주택은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생애최초가구 등 특정가구에 85% 가량이 우선 공급돼 기타 최저소득층에게는 기회조차 돌아가지 않고 있다.
5/10 공공임대주택은 부동산 경기하락으로 공공부문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 임대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시원, 오피스텔 등 건축주에 대한 융자지원도 저소득층에는 실질적인 혜택이 없고 집행률도 2011년 22%, 2012년 61% 등으로 매우 부진하다.
기존 주택을 활용한 전세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 사업도 공급량이 딸린다. 전세임대주택의 경우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전세임대용 주택을 찾기가 곤란하고, 매입임대주택은 매입자금 확보 곤란 및 LH와 지자체의 협조 부족으로 실적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주거급여 지원방식도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통합해 임차·자가 주택 등 주거유형과 무관하게 현금으로 지급되는 상황이며, 주거비 보조가 필요한 기타 저소득층에게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주택자금의 경우 정부의 관리·운영이 미흡해 수요자들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전세자금의 경우 시중 전세자금을 대출한 기존 대출자들은 대출조건이 더 좋은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로 전환이 아예 불가능하다.
주택구입자금 융자도 국토부의 주택기금과 주택금융공사의 일부 상품이 유사·중복되고, 서로 지원조건이 달라 수요자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