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계부채가 96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권 대출에 비해 제2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경기여건이 더욱 악화될 경우 저소득층, 자영업자, 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부채상환 부담이 급증할 우려가 크다.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으로 국민들의 소비심리도 위축되면서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시장까지 침체가 계속되며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하우스푸어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도 한국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기획재정부는 3일 국회에서 열린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현황 보고'를 발표하고, 앞으로 총량관리 등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소비심리 꽁꽁, 경기회복 늦춘다" = 가계부채는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으로 기업대출 수요는 감소했지만,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취급이 확대된 원인이 크다.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했고, 1999∼2002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회복기에 24.3%, 2005∼2006년 주택시장 호황기에 10.8%나 급증했다.
2007∼2010년에는 주택대출 규제강화, 기업 자금수요 회복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이 다소 둔화됐지만,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계속됐다. 전체 가계대출 중 제2금융권 비중은 2006년 29.9%에서 2010년 33.4%로 늘어났다.
2011년 이후에는 경기회복 지연, 주택경기 부진, 가계부채 종합대책 추진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7.0%까지 떨어지며 다소 둔화됐지만, 최근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부담 증가는 소비를 제약해 경기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 가계부채 962조원…"서민 등 취약계층 무너진다" = 올해 1/4분기 가계부채는 961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9년 1/4분기 이후 처음으로 잔액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한국경제를 위협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 주요 선진국들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일본 82%, 미국 90%, OECD 평균 76% 등인 반면 우리나라는 91%에 달한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우리나라는 164%에 육박하지만 일본 132%, 미국 120%, OECD 평균 136% 등으로 주요 선진국은 훨씬 낮다.
특히 제2금융권 대출이 은행권 대출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체 가계대출 중 제2금융권 비중은 지난 2006년말 29.9%에서 올해 3월말 기준 34.3%로 급증했다.
경기여건이 악화될 경우 제2금융권 대출 비율이 높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부채상환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로 저소득층, 자영업자, 고령층 등의 경우 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등 채무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소득분위별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최고소득계층인 소득 5분위는 76.3%에 불과한 반면, 최저소득계층인 소득 1분위는 179.3%로 2배 이상이다.
취약계층 여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의 부실화도 우려된다.
□ 가계부채→소비둔화→경기침체…정부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 시행" = 가계부채는 곧바로 국민들의 원리금상환 부담으로 이어져 소비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민간소비 증가가 둔화되면 경기회복에도 악영향이 가해진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고소득층에 비해 원리금상환 부담이 커서 경기부진이 계속될 경우 소비여력이 더 크게 축소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주택시장의 동반 부진으로 담보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하우스푸어들의 상환부담 증가도 한국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량관리 등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일자리 창출 노력 등으로 국민들의 채무상환능력을 높이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우선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속도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고, 취약계층의 부채 상환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제2금융권 등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장기·고정금리대출 활성화 등 대출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국민행복기금, 서민우대금융제도 등을 통해 취약계층 금융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하우스푸어 지원 대책도 차질없이 추진한다. 부동산시장 정상화 노력을 지속해 주택담보가치 하락이 가계부채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주택 공급물량도 신축적으로 조정하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요건을 완화한다. 다주택자 등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고, 단기보유 양도세 중과도 완화하는 등 주택거래를 가로막는 규제들도 합리화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