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 3%, 연간 2.7% 이상의 장밋빛 경제성장을 전망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우리경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생산·소비·투자 등 대부분의 산업활동에서 부진이 계속되고, 고용시장도 취업자 증가폭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연속 1%대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장기침체가 시작됐던 일본의 '디플레이션'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도 미국의 양적완화 리스크, 유럽경제 회복지연 등 각종 대외 리스크가 여전해 한국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9일 발표한 '2013년 7월 최근 경제동향' 자료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의 흐름 속에 서비스업생산·설비투자 등 일부 지표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광공업생산·소비·건설투자 등이 감소하고 고용까지 둔화되는 실정이다.
우선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이 지난 4월에 비해 감소했고, 설비투자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전산업생산은 서비스업에서 다소 증가했지만, 건설업과 광공업 등에서 부진이 계속되며 4월에 비해 0.7% 감소했다. 지난달 올해 들어 처음으로 증가했던 제조업생산은 1달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제조업생산 부진으로 재고도 쌓여갔다. 제조업 재고는 전월대비 0.2%, 전년동월대비 2.8%씩 증가했다. 지난 4월 0.1%의 증가세를 보였던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5월에는 75.4%를 기록하며 전월대비 0.1%p 하락했다.
소비심리도 계속 위축됐다. 5월 소매판매는 의복 등 준내구재(0.9%↑)에서 증가했지만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0%↓)와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0.2%↓)의 판매가 줄어들며 4월 대비 0.2% 감소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설비투자의 경우 기계류 등에서 투자가 늘어나며 지난 4월에 비해 1.2%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자동차 등에서 다소 투자가 늘어난 반면 일반기계류, 전기 및 전자기기 등에서 투자가 줄어 11.6%나 급감했다.
건설기성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건축공사가 호조를 보여 12.5% 가량 늘었지만, 건축 및 토목공사 부진으로 지난 4월에 비해서는 4.3% 가량 감소했다. 건설수주(경상)도 재개발·재건축주택, 사무실 등에서 수주가 줄어들며 전년동월대비 19.1%나 급감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수출도 줄어들며, 무역흑자도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수출 실적은 467억3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0.9% 감소했다. 휴대폰 등 IT 품목과 선박 수출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업일수 감소와 대일본 수출 부진 등의 영향이 컸다.
6월 무역수지는 55억2000만달러로 17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흑자규모는 지난 5월 59억2000만달러에 비해 다소 줄었다.
최근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고용시장도 상황은 좋지 못하다. 5월중 고용시장은 전월에 비해 취업자 증가폭이 34만5000명에서 26만5000명으로 8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소비자물가는 6월에도 1%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연속 1%대의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던 일본의 디플레이션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디플레이션은 상품가격이 하락하며 소비자들이 추가적인 가격하락을 기대해, 소비를 미루면서 소비감소→생산감소→고용감소→경기침체·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현상이다.
지난달 국내 금융시장도 부진이 계속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축소 우려 등으로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며 주가는 5월말 2001 포인트에서 6월말 1863 포인트로 6.9%나 하락했다. 외환시장은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6월말 1142원까지 오르며 12.3원 상승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는 대외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정부가 발표한 각종 경기회복 정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며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의 양적완화 리스크, 유럽경제 회복지연 등 하방위험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대내외 경제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대응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