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결정 이후 은행권 행정소송…매매차익vs배당소득
과세당국의 과세 결정으로 은행권의 '뜨거운 감자'로 주목을 끌었던 골드뱅킹이 다시 한번 논쟁의 수면 위로 올라 왔다.
25일 금융조세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조세포럼은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골드뱅킹 과세이슈'를 주제로 뜨거운 설전을 이어갔다.
골드뱅킹은 금 통장을 통한 금 매매상품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한 금값 상승과 비과세상품이라는 매력 때문에 지난 2003년부터 은행권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상품이다.
하지만 2009년 2월 증권거래법이 폐지되고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골드뱅킹의 인기는 찬서리를 맞게 된다.
2010년 5월 금융위원회에서 골드뱅킹은 자본시장법상 주권외 기초파생결합증권(DLS)에 해당한다고 봤고, 급기야 같은 해 11월 기획재정부는 골드뱅킹 거래이익이 배당소득에 해당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며 해당 상품에 대한 과세가 추진된 것.
당시 국내 골드뱅킹의 규모는 총 4054억원으로 신한은행(3600억원), 국민은행(283억원), 기업은행(171억원)이었다.
기재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하루아침에 비과세상품에서 과세상품으로 전환되며 은행에서는 66억원의 추가 세액을 부담해야 했고, 기업은행은 영구 판매중지를 결정했다.
이후 조세심판원이 골드뱅킹 상품에 배당소득세 15.4%를 과세한 것이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리자 은행들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진행중인데 패소할 경우 고객들은 은행에서 대신 납부해준 세금을 내야 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필영 이현회계법인 상무는 "은행에서는 골드뱅킹을 금 실물 매매로 보고 금 매매 차익이 비과세라고 주장하는 반면 과세관청은 파생결합증권에 해당돼 관련 이익은 소득세법상 배당소득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뱅킹은 기초자산인 금을 직접 매매할 뿐 수익이 기초자산의 가치등락과 연계돼 결정되는 파생적 성격이 없다는 것이 은행 측의 주장인 반면 과세관청은 금 실물의 거래가 아닌 금증서의 거래이므로 파생적 성격이 짙다는 주장이다.
수익분배 측면에서도 은행과 과세관청의 눈높이는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
은행에서는 골드뱅킹이 고객과 은행간 1대1의 계약관계로 성립되고 거래결과는 고객에 직접 귀속되므로 별도의 배분절차가 없다는 것이고, 과세관청은 고객의 자금을 모아 해외은행 골드뱅킹 계좌에 재예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1대1의 계약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전문가들의 의견은 전체적으로 은행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쪽이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현재 은행쪽의 행정소송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율촌 최완 변호사는 "골드뱅킹에 대한 과세가 맞다면 외화예금도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외화예금도 통장으로 거래하고 현금으로 받아 올 수 있는데 현행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경우 원화 거래가 아니면 파생결합상품으로 규정될 소지가 크다"며 "골드뱅킹을 자본시장법상 주권외 기초파생결합증권(DLS)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규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는 "금융상품 간 형평성 문제에 대해 세제실에서도 고민을 했을 것"이라며 "은행에서는 과세가 안 되고 증권은 배당소득이든 양도소득이든 과세가 되는 것을 당연하다고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세법에서 과세의 틀을 만들어 놨고 파생결합증권 또는 증서를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에서 결론을 내린 것을 정합성 측면에서 틀리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골드뱅킹은 2010년 기재부의 유권 해석 이후 판매가 중지됐다가 지난해 들어 세계적인 금값 상승 기조에 힘 입어 신한, 국민, 우리은행에서 과세 상품으로 판매가 재개된 상황이다.
